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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산책

메마른 봄의 사진 일기

by 그사이


시름시름..

“이 소리는 경기도 어딘가 집구석에서 나는 사람과 개의 앓는 소리입니다.”


요즘 비누와 바이오리듬이 비슷하다.

15년째 함께 살고 있으니 그도 그럴 것 같다. 둘 다 밤잠을 설치니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중년의 나와 아기 비누가 만나 이젠 엇비슷하게 함께 늙어 가고 있다.

모처럼 따뜻한 아니 좀 더운 초여름 날씨에 산책을 나간다.

눈도 다리도 시원찮은 우리는 햇빛을 등지고 비슷한 발걸음으로 천천히 걷는다.


내 등이

비누의 등이

따끈해지고 기분이 좋다.


“우리, 오늘은 햇빛 덕분에 잘 잘까?”

나는 펄럭펄럭 옷자락을 날리고 너는 꼬리털을 날리고
저기 항아리집에
꽃을 들여놓으셨구나. 앗!
그동안 많이 컸네. 나비~
“엄마, 안아주세요”
“그래”
넝쿨 장미 잎이 돋았어요
산수유 꽃도 피고요
이제 다리를 건너 집에 가요.
따뜻한 햇볕 드는 창가에서 쉬라니까
왜 또 짖어!
거봐라
졸리지..

“비누야, 잘 때마다 좋은 꿈 꿔~”


발행하려는 순간 눈이 내린다.

여러모로 비현실적인 봄.

2025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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