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기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안미란 옮김.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1일.
나는 드디어 새책의 독서를 시작한다.
아홉 개의 소설이 들어있던 직전 책인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의 여운이 아주 오래 지속되어 새로운 책을 읽지 못하고 있었다. 희한한 것은 나는 바쁨이 예정된 날에 새 독서가 시작된다는 패턴을 가진 것 같다. 오늘 할 일이 많은데 청개구리처럼..
신기한 사람일세~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새 정부가 출범했다. 어떤 세상을 보게 될지 기대가 된다.
땅속에 살던 두더지가 긴 터널을 지나 반짝이는 태양과 공기에 보다 가깝게 사는 동물들이 다니는 마찻길을 만난 기분일 것 같다.
오래전부터 읽고 싶던 책을 꺼낸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클래식한 동화책을 꺼낸다.
불편한 양심이 “벽에 회칠을 해야지!” 하고 그를 쿡쿡 찌르지 않았고, 오히려 이런 바쁜 시민들 사이에서 혼자 빈둥거리는 것이 정말 신났다. 휴일의 가장 큰 즐거움은 내가 쉬는 것이라기보다는 남들이 바삐 일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 아닐까.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p.11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2일.
빵이 똑 떨어졌다. 사러 나가야 하는데..
“강력분이 남았나?”
“있다!”
이스트를 활성시키고, 조물조물 반죽을 한다. 빵을 만드는 것보다 집을 나가 빵을 사 오는 것이 훨씬 번거롭고 귀찮은 나는 집순이 이자 빵순이다.
빵이 잘 만들어지면 좋겠다..
두더지가 어두운 땅속을 나와 강을 만나고 거친 숲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이었을까 이해가 되는 마음이 든다.
땅 위의 세계는 너무나 강해서 여기 밑에까지 찾아와서 그를 불렀고, 그는 자신이 더 큰 무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온전히 그의 것인 이 집으로, 그를 다시 보게 되어 반가워하며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이 물건들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좋았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p.118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마지막 날.
장마가 시작된 것일까?
후텁지근하다..
별일 아닌 것에도 심사가 뒤틀리는 걸 보니 불쾌지수도 높은 것 같다.
조심 또 조심하자~
수세미 실을 완전 소진하기로 계획하고 열일 중이다 보니 독서가 미뤄졌다. 오늘은 반드시 이 동화책을 끝내기로 한다.
“두꺼비는 과연 탈옥에 성공할 것인가?”
아이들이 고집을 부리고 말을 안 들을 때면 어머니들은 아이들에게, 얼른 빨리 그치지 않으면 무서운 회색 오소리가 와서 잡아갈 거라고 말을 해서 조용히 시켰다. 이것은 오소리에게 심한 명예훼손이었다. 그는 남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언제나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었으니까. 그래도 이 말은 언제나 효과가 있었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p.290
책을 덮는다.
독서 그 후.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이도우 작가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등장한 실제 책 몇 권 중의 하나였다. 오래된 클래식한 영국 동화로 여러 동물들이 등장한다.
두더지, 들쥐, 오소리, 수달 그리고 문제의 두꺼비.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속에 각각 동물들의 특성이 드러난다.
너무 밝은 것을 싫어하고 집에 집착하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낭만파라고 생각하는 나는 두더지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더지는 결국 땅 위로 올라가지만 나는 글쎄..
이 책이 왜 오랜 시간을 읽히고 있을까?
영어로 된 동화를 읽고 자란 아이에게 물었다.
혹시 <The wind in the willows> 읽어 본 적 있니?
"Nope!"
"응. 그렇구나..'
어른들이 아이에게 읽히고 싶어 하지만 아이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런 책이 아닐까?
동화라고 하기엔 꽤 길고, 격변한 세상에 사는 아이들은 좋아할까 싶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작가가 선택한 단어 그대로 감성적으로 충분히 이해하며 원서를 읽는다면 언어구사의 묘미를 느낄 수도 있을 수도 있다. 아름다운 강가를 어떤 단어로 표현했을까 무척 궁금했다.
그 무엇이 오랫동안 사랑받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 책 중독인 나는 서점 포인트를 알뜰살뜰 모아 할인받고 구입한 이 책에 대해 후회하진 않는다. 글이 많고 길지만 전형적인 동화책이니 혹여 이 독후감을 읽고 큰 기대를 하여 책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동화. 이 책은 아주아주 동화란 장르에 걸맞은 책이다.
그런데 독서 후에 자꾸만 사건을 치고 일탈을 하는 두꺼비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왜인가?
책은 언제나 물음표를 내게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