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소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1일
각 방에서 묵은 계절 빨래들이 쏟아져 나왔다.
빨래의 날 이란 것은 내겐 독서하기에 딱 좋은 날인데 새로운 책을 시작할 수 있을까?
일전에 큰애가 읽은 책을 내 책꽂이에 꽂아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읽을지 말지 간(?)을 봐야 하니 단편들 중 109 페이지를 열어 책의 제목인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편다. 독서대도 펴지 않고 아무렇게나 책을 펼쳤는데 순식간에 읽었다.
“아니... 뭐 이런 책이 다 있어.”
이해하기 애매한 젊은이들의 말이 툭툭 튀어나온다. 그런데 외국어를 몰라도 느낌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아주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어쩜 세상엔 이렇게 다양한 책과 글이 계속 나올까 신기한 일이다.
나는 이 책과 친한 사이가 되기로 결정한다.
진주는 돈은 꽤 써버렸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식사였다고 느꼈다. 같은 동네에 지글지글 보글보글을 함께할 사람이 한 명쯤 있는 것도 괜찮은 일인 듯했다. 니콜라이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다음에는 내가 삼.”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124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세상 모든 바다>
처음으로 돌아가 읽기 시작한 첫 소설은 묵직한 무게를 담고 있다.
‘나는 그 바다에 얼마나 머물었을까?’
생각은 가슴에 쓰라린 통증을 몰고 왔다.
물이 차오르는 공포. 겹겹이 눌린 무게의 고통에 대해 나는 얼마나 이해하고 얼마나 머물렀나?
나는 무엇을 했나?
독서는 언제나 질문을 던진다.
큼지막한 파도 하나가 방파제에 부딪쳤다. 하얀 물보라가 세차게 튀어 올랐다. 얼굴에 와닿은 차가운 물방울의 감각. 실제로 닿았을까. 분명한 건 내가 뒷걸음질을 쳤다는 것이다.
나는 그 바다에 오래 서 있지는 않았다. 십 분. 길어야 삼십 분. 허술한 기대로 바다에 간 여행객이 그렇듯. 멋쩍게 ‘자 이제는 슬슬.....’ 하면서 다시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나는 서울로 돌아왔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36-p.37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나는 자유로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
밥을 하지 않아도 되고 빨래와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것이 집안이라는 사실은 더욱 신기하다.
일주일이 안 되는 시간을 다가올 방학처럼 기대하며 계획을 세웠다. 책을 두 권쯤 읽고, 글을 다섯 편쯤 쓰고, 뜨개질도 하고 싶었다.
시간은 쏜살같아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은 24시간이다.
계획했던 것 중 이루어진 것은 강아지 비누의 여름옷을 하나를 완성한 것뿐이다.
이 책 한 권도 다 끝내지 못할 것 같다. 아니지. 소설을 아홉 권이나 읽고 있는 중이지.
<롤링 선더 러브> <전조등>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은 아홉 개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3일 차. 4일 차를 지나며 솔로 농장을 지나고, 사 남매 중 막내의 나이 서른아홉을 지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의 관계와 각자의 시야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나는 다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 이르렀고, 읽은 부분이지만 넘기지 않고 다시 읽는다.
언제나 첫 정은 무서운 법이다.
처음엔 지글보글의 부분이 눈에 들었는데 두 번째로 읽을 땐 흰 봉투가 마음에 들어왔다.
대개의 애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런 봉투를 받을 일이 없었다. 두 사람은 매년 한두 번은 받았다. 보통은 담임으로부터 은밀하게 일대일로. “요즘 학교생활은 어떠니” 같은 부담스러운 친절과 함께 전해지는 봉투였다. 늘 밀봉되어 있었지만 두 사람은 어떤 것이 들어 있을지 잘 알았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113-p.114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보편 교양>
밥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은 이미 끝났다. 어젯밤부터 뭇국을 끓이고, 마늘종 새우볶음, 두부조림 등을 만들 계획을 세워두었다. 집에 남은 두 사람과 함께 여행 중인 두 사람. 우리 가족들은 두 사람씩 나뉘어 며칠을 보냈다. 각 두 팀은 어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을까?
여행지에서 돌아와 쏟아져 나올 빨래를 대비해 이른 아침부터 조금 찬 빨래 바구니의 두 사람의 옷가지들을 세탁기에 넣으니 유난히 바구니가 가벼워 보인다.
텅~ 배달앱의 장바구니가 빈 것 같은 소리가 난다.
정신없는 시간을 맞기 전에 책을 읽는다.
소설 속 입시를 앞둔 은재가 학교 수업에서 마르크스를 읽는 것이 아버지는 불안하게 여겨져 학교에 항의를 한다. 은제는 자신에 대한 확고한 중심이 있었고, 결국 서울 대학교에 합격했다. 졸업식 날 선생님께 백화점에서 산 고급의 초콜릿을 선물하고, 곽(선생님)이 먹는 아이러니 함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고전을 가르치는 국어선생님과 고 3의 은재는 많은 개인적인 일을 떠오르게 했다.
고전문학은 내게 참 재밌고 언제나 감탄하는 글들이었다.
유아어를 영어로 배우고 긴 시간을 보낸 아이는 한국어에 대한 공백이 컸다. 특히 고등학생이 되어 고전문학을 공부하게 되었을 때 어려움을 겪었다. 때는 이때다. 나는 아이에게 국어책 속 고전문학을 읽어주었다. 덩치가 산만한 고등학생에게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일을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애들이 어릴 때 잠들기 전 한국책 영어책을 각각 세 권씩 읽어주었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엄마 영어책은 안 읽어줘도 돼.” 란 말을 듣기 전 까지는...
가만히 옆에 앉아 <메밀꽃 필 무렵>, <운수 좋은 날>을 듣던 아이가 공감을 하는 것이 신기했다. 국어시험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고전에 관한 문제를 다 맞혀왔다. 그날은 참 좋은 기억 속 하루다.
아이의 학교생활을 생각하다 보니 생각은 꼬리를 물고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
“교장이 뭐라고 하던 상관없어. 자를 테면 자르라지.”라고 말씀하던 고등학교 지리 과목 선생님이 계셨다. 수업이 아주 흥미로웠다. 교실이란 벽에 갇힌 나는 선생님의 당당한 태도가 탄산음료처럼 아주 통쾌하고 좋았다. 공부를 그다지 잘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지루한 지리과목의 시험 성적이 잘 나왔고, 학력고사의 성적도 좋게 나왔다. 그 당시 여학생들에게 선생님의 역할이란 지대한 것이었다. 더구나 대학을 막 졸업한 총각 선생님이셨으니..
지리 선생님은 이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고 했지만 몬순 기후 외에 다른 어떤 것도 우리에게 가르치지 않았다. 가끔 교장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돌았다. '뭔가 좀 위험한데.. 선생님 저러시다가 정말 잘리는 거 아니신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선생님의 소신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굽히지 않는 모습이 보였다. 3.4 교시 연속수업이었던 귀에 쏙쏙 들어오는 재미난 수업시간의 끝종이 울린다. 톡톡톡톡 쓰던 글씨와 쓱쓱 지도를 그리느라 작아진 몽당분필을 툭 던지고 "오늘 수업 끝. 밥 맛있게 먹어. “ 하고 교실을 나가셨다. 내겐 늘 아쉬움을 남겼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에 지리선생님이 학교를 그만두고 기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르고 선생님을 뉴스와 신문 지면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기자가 아닌 심각한 기사 속 주인공으로 선생님의 얼굴이 지면에 있는 것이 신기했을 뿐 기사를 여러 번 다시 읽어도 의아했다.
내 부모님은 1986년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와 제자들로 이루어졌다는 간첩단 일망타진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됐다.
“한국에서 제일 머리 좋다는 사람들이 왜 빨갱이가 된 거야.”라고 누가 듣을세라 조용한 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 모습이 이상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전쟁을 경험하며 세월을 굽이굽이 넘어온 부모님에게 빨갱이란 말은 무섭고 속삭이듯 말해야 하는 단어였다. 나는 그중 한 명이 내 지리과목 선생님이었음을 말하지 않았다. 아셨더라면 아마 무척을 걱정하셨을 것 같다.
지금은 나 역시 부모가 되고 보니 이해되는 마음이다. 내 부모의 속삭임과 은재의 아버지 마음도.
일기를 적다가 그 기사에 대한 훗날의 자료를 찾아보니 자료가 많지 않았다. 그것은 대단히 정치적인 누명과 모함이었다는 억울함이 글에 담겨있었다.
몇 년 전 뉴스 속에서 은재가 아르바이트를 할 것 같은 대형마트의 사장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내 귀를 의심했다. 유복한 집에서 자라며 최고의 교육을 받은 지성인 일 텐데 어쩌면 그가 알고 있는 보편교양은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독서글 발행에 대한 시간이 길어진 것은 평소보다 긴 6일째 독서일기를 넣을지 말지였기 때문이다.
2024년 말 비상계엄 포고령 속의 내용 중 모든 언론과 출판을 검열하고 제어하겠다는 의지에 소름이 끼쳤던 것을 생각해 보면 우리에겐 여전히 보편적인 것들이 어려운 세상이라 생각된다.
병원에 가봤다고 의사의 일을, 은행에 가봤다고 은행원의 일을 다 아는 건 아닐 텐데 다들 지나치게 비난한다는 의문이 들기도 했으나, 그만큼 지난 시대 교육이 남긴 상흔이 큰 탓일지도 몰랐다. 곽은 사람들에게 물을 따라주고 냅킨을 건넸으며 겸손하면서도 정직하고 싶어서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
“교사는 감사한 직업이고, 가끔은 아주 감사한 직업이에요. 학생에게 뭘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150-p.151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로나, 우리의 별>
일상으로 돌아왔다. 내 일상이란 밥을 하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는 집안일이다. 틈틈이 책을 읽고, 가끔 글을 쓰는 것.
최근 내 변화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다. 그 변화란 겉모습과 일상이 변하는 것을 말하는 건 아니다.
얼마 전 내면의 생각과 물음들에 대한 변화가 불안하다고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친구가 내게 말했다.
“사람은 변해야 해. 변하지 않는 건 더 큰일이야. “
로나도 내게 말한다.
하지만 가장 실망스러운 게 뭔지 아세요? 세상이 안 변했다는 거예요. 꼭 이번 앨범 얘기가 아니라, 그동안 모든 일과 관련해서요. 아니, 더 나빠졌나. -롤링스톤 코리아. 2023년 2월호 중에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199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태엽은 12와 1/2바퀴>
이미 여름의 살림 모드가 시작된다. 더워지는 한낮에 쉬려면 아침 시간을 부지런히 보내야 한다.
청소와 빨래를 하고, 메추리알도 조려두었다. 세탁기에서 나온 빨래를 건조기로 옮겨놓고, 찬물로 세수를 한바탕 한다.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니 꽁꽁 졸라맨 머리가 유난히 희게 보인다. 다시 염색을 할까?
염색을 그만둔 지 어언 2년이 되어가니 이젠 흰머리가 잘려나갈 만큼 자라 있다. 애쓰고 자란 흰머리카락의 시간이 아깝다.
"어디 젊게 보일 이유도 없고, 뭘 얼마나 산다고 염색을 다시 하냐. 하지 말자."
스스로에게 말을 하고, 수분으로 촉촉해진 얼굴로 앉아 책을 읽기로 한다.
"얼마나 산다고." 란 말을 내 입으로 말한 것에 흠칫 놀란다.
아, 나도 아직 파도를 탈 수 있을까?
열두 바퀴든 열두 바퀴 반이든. 그때 잘못 셌거나 지금 잘못 셌거나. 아니면 그때는 열두 바퀴였는데 이제는 열두 바퀴 반이거나. 시계판 뒤에 무슨 장난과 음모가 있든 살아야 할 시간이 많았다. 어쩌면 서핑을 배울 수 있을 만큼 긴 시간이 있을지도 몰랐다. 왜 시도도 안 해봤을까. 나도 파도를 탈 수 있지. 그래. 나는 파도를 탈 수도 있어.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34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무겁고 높은>
모처럼 일찍 눈이 떠졌고, 계획하지 않았던 사전 투표를 마쳤다. 이른 아침을 먹고, 집안일들을 시직 하기 전 책을 읽기로 한다.
어제 오후에 물을 준 화초들이 싱그럽게 물이 오르니 보기가 참 좋다. 어제저녁 무렵엔 우르릉 쾅쾅 천둥 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호우가 쏟아졌다.
오늘은 날씨도 기분도 참 좋은 날의 시작이다.
오늘의 소설은 <무겁고 높은>이다.
작가는 2022년 이 단편소설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버리는 기분이라...
재활용 쓰레기조차 버리고 나면 후회를 하는 나는 언제쯤 버리는 통쾌한 기분을 알게 되려나?
무거운 걸 들면 기분이 좋아?
그렇게 묻는 남자애가 있었다. 들지 못하던 것을 들면 물론 기뻤다. 하지만 버리는 기분은 더 좋았다. 더 무거운 것을 버릴수록 더 좋았다. 온몸의 무게가 일시에 사라지는 느낌. 아주 잠깐, 두 발이 떠오르는 것 같은. 송희는 그 느낌을 비밀로 남겨두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49
“마지막 부분은 오후에 읽을까?”
마지막 소설 <팍스 아토미카>라는 제목은 너무 궁금해서 오후로 미룰 수 없게 만들었다.
미뤄진 것은 빨래와 청소.. 집안일이다.
이차세계대전을 끝낸 폭발 이후 현재까지의 시대를 핵에 의한 평화, 즉 ‘팍스 아토미카 pac Atomica'라 부르기도 한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92
작가는 <팍스 아토미카>를 꼭 맨 마지막 순서에 배열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왜였을까?”
그것이 내내 궁금했다. 책을 덮으며 이보다 더 좋은 마무리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가장 먼저 깊은 밤의 문 앞으로 간다. 나는 문을 닫지 않는다. 문을 열지도 않는다. 나는 문을 없앤다. 문도 문틀도, 그것들을 지지하는 벽과 기둥도 없애버린다. 모두 사라진 곳에 활주로가 나타난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99
독서 그 후.
책을 모두 읽고, 독서 후기에 대한 글을 이주일이 넘게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다른 책을 펼치지도 못하고 있다.
아홉 개의 소설은 한 번에 읽으면 안 된다.
아니 아홉 개의 소설은 한 번에 읽어야 한다.
이 책의 여운은 그렇게 계속 오락가락하는 마음이 든다.
아홉 개의 소설 속엔 내 주변에 있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깔깔대며 가볍게 사람에 관해 논하는 예능프로와 심취하는 유행가 가사, 한 번쯤 지나친 것 같은 아이들의 가벼운 말들을 소재로 사용하며 무거움을 전한다.
작가에게 관심이 생겨 검색을 해보니 이 책을 엮을 때 작가가 원한 것은 목차의 순서였다고 한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 <보편 교양> - <로나, 우리의 별>가 연속 순서일 것과 <팍스 아토미카>가 마지막에 위치할 것을 원했다고 한다.
어린아이 때부터 열악한 환경을 살아내는 진주와 니콜라이 그리고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오른 로나의 사이에 보편 교양이 위치한 것이다. 전혀 다른 소재를 가진 세 개의 소설이 서로 어우러지는 것 같았으며 흐름이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 때 짜릿함이 있는데 그 인터뷰를 읽고 무척 신기하게 생각됐다.
"보편적으로 그렇지."
나는 보편이란 단어가 아주 평범하고 튀지 않는 뜻이라고 정의해두고 있었다.
최근에 보편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어려운 것을 포함하고 있었는지 의심을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보편적 이란 단어를 사용했을 때 무척 강렬하게 마음속에 들어왔다.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습니다.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입니다.
-한강 -
이 독서 후 어렵고도 평범한 보편적 가치를 한층 깊게 생각하게 된다.
모두에게 주어져야 하는 보편적 가치에 대해 제대로 교육해야 하고,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최근 어린이들의 늘봄교육에 대한 이슈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아주 위험한 일이다. 예전에 햄버거 회사가 어린아이들의 입맛을 서서히 물들이고, 결국은 병든 어른으로 자라게 만드는 미래 따위는 안중에 없는 마케팅에 놀란 일이 있었다. 여전히 햄버거와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지만 적어도 경각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로 생각된다. 우리가 보편적 가치를 지키며 사는 것은 가장 인간적인 일이니까 말이다.
우리가 휴식을 취하고 잠드는 보편적인 작은 공간인 방.
이 소설은 의식하지 못했던 방문밖에 있는 공간에 대한 소중함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조혜진 소설 <빛과 멜로디>의 어린 권은의 방문 밖이 언제든 누군가 침입 가능한 길이었던 공포를 더욱 공감할 수 있게 되었고, 진주와 니콜라이의 방문밖이 길이 아닌 조그만 거실이란 것에 나도 모르게 안도감이 들었다.
마지막 소설 <팍스 아토미카>에서 문에 대한 강박을 이기고 문과 문틀, 벽과 기둥을 부수고 나니 날아오를 수 있는 활주로를 만나게 된 것은 마지막 소설뿐이 아닌 책 한 권의 마무리로 완벽했다. 감동적인 결말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내가 알지 못하는 말투와 이모티콘의 감정들을 이해하는 내 아이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보는 것 같았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길 바라는 나로 인해 아이들은 이미 단단한 문안에 갇히게 된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생긴다.
나는 방에 갇히고 문을 박차고 나가지 못한 사람이다.
그러나 내 아이들이 문을 부수고, 틀을 부수고 활주로 위에 서기를 바란다.
보통 단편 소설 모음집은 모두가 흥미롭기는 어렵다. 길어진 글 임에도 이 책 속 아홉 개의 소설은 각각의 독서 후기로 적고 싶을 만큼 아쉽다. 담지 못한 글과 여운을 책을 읽는 이의 특권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이 책은 내게 확실한 단 한 가지를 말한다.
기립하시오. 당신도!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135
긴 독서의 끝에 책을 덮는다.
추리고 또 추리고 퇴고를 하다 하다 지쳐 긴 채로 글을 발행합니다~
긴 글을 모두 읽어주셨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