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이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라고 하지만, 둘 다 대상자에게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는 비참한 구경이다. 반면에 은밀한 사랑놀음을 몰래 훔쳐보는 재미는 양반 체면상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못해도 아마 최상의 구경일 것이다. 불이나 싸움처럼 당하는 사람의 피해도 별로 없고,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즐겁기는 최고조를 이루니 말이다. 여북하면 눈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귀로 듣는 소리 만으로도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은 “화촉동방(華燭洞房)에 가인(佳人)이 치마끈 푸는 소리”가 제일 좋다고 했다. 그는 또한 내시가 중의 상투를 잡고, 중은 내시의 불알을 잡고 싸우는데 구경하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조정에 늦게 출근했다고 능청을 떨었다. 요즘에는 불구경은 불꽃놀이로 바뀌었고, 싸움은 권투나 레슬링, 이종격투기 경기로 변경된 것이다. 하지만 사랑놀음은 변함없이 은밀하게 훔쳐보는 대상으로 그 묘미를 이어간다. 조선시대의 혜원(惠園) 신윤복(申潤福)의 춘화(春畫)에도 훔쳐보는 사람이 있고, 근대의 정재(鼎齋) 최우석(崔宇錫)은 두 쌍 또는 쓰리섬(Three Saum)을 과감하게 그렸다. 현대사회에서는 사랑놀음을 훔쳐보는 것이 인터넷의 야한 동영상 시청으로 변화되었다. 훔쳐보기의 즐거움이 이럴진데, 인터넷에 야동(野動)이 판을 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위는 쥘리오 로마노(Giulio Romano : 본명 Giulio Pippi))의 <Two Lovers>이다. 그는 르네상스 3대 거장 중 하나인 라파엘로(Raffaello)의 수제자였다. 작품 이름은 시대에 따라서 다양하게 불렸으나 편의상 <연인들>로 한다. 벌거벗은 두 연인이 휘장이 둘러진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느라 여염이 없다.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의 왼손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사내의 사타구니를 더듬어 소중한 무언가를 찾아서 살짝 잡아보고 있다. 벗어 놓은 옷가지가 발아래서 차인다. 침대는 화려하게 조각된 목재의 고급스러움이 드러나고, 특히 침대 양쪽 다리 윗 부분에 돋을새김(Bas-Reliefs)으로 염소 모습을 한 숲의 신과 여인이 성관계를 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침대 밑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귀를 쫑긋 거리고 있는데, 이 고양이는 이 화가의 다른 그림 <마돈나와 아이와 고양이>에 나오는 것과 같다. 이 그림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문 뒤에서 몰래 쳐다보는 늙은 하녀와 개 한 마리이다. 훔쳐보는 것일까, 지켜주는 것일까, 경고하는 것일까? 쥘리오 로마노의 이 작품이 당시 너무나 음란하여서 공개를 못하고 암암리에 소장가의 손으로 흘러 다닌 모양이다. 그러다가 1700년대 중반 러시아의 여제(女帝) 예카테리나 2세가 미술품 수집가 라이펜슈타인(Johann Friedrich Reiffenstein, 1719-1793)을 통해 런던의 토마스 젠킨스(Thomas Jenkins)로부터 이 작품을 구매하여 에르미타주(Hermitage) 박물관에 보관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당초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카탈로그는 이 작품을 <용감한 장면(Gallant Scene)>으로, 1850대 중반 카탈로그에서는 <마르스와 비너스(Mars & Venus)>로, 1958년도의 카탈로그에는 <알렉산더와 록산느>로 표시되어 있었다. 반면에 작가 네버로프(Neverov)는 <제우스와 알크메네>로, 하트(Hart)는 <불성실한 아내에게 남편의 귀환을 경고하는 하녀>로, 손튼(Thornton)은 <고객을 받는 창녀> 등으로 명명된 것을 보면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 사이가 정상적인 관계가 아닐 것 같다. 따라서 신화의 내용대로 제우스가 알크메네(Alcmene)의 미모에 반하여, 전쟁에 참여한 그녀의 남편 암피트리온(Amphitryon)의 모습으로 변해서 그녀의 침실로 들어가서 불륜을 저지르는 상황이 제일 무난할 것 같다. 그들이 저지른 사랑의 결과로 헤라클레스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위는 그의 다른 작품이다 프레스코화로 <제우스와 올림피아>이다. 예쁘고 가녀린 미녀를 막 덮치려고 하는 제우스의 모습이 험상궂으면서 근엄하다. 손은 포근하게 여인의 턱을 쓰다듬고 있지만 아랫도리는 잔뜩 성을 낸 모양으로 곧장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돌진할 태세이다. 여기도 둘만이 아니라 제3의 구경꾼 필리포스(Philipos)가 존재한다. 남의 은밀한 광경을 몰래 훔쳐보다가 눈을 다칠 수도 있겠다. 제우스의 분신인 독수리가 그의 눈을 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의 <큐피드와 프시케>이다. 큐피드의 키스로 영원한 잠에서 깨어난 프시케(Psyche)는 그와 사랑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넥타르나 암브로시아를 마셔서 영생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누가 보든 말든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즐겨보자. 생명수도 마시고 사랑의 물도 나누는 게 역시 최고일 것이다. 어느 시대나 사나이들은 큐피드의 황금화살 하나 정도를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