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으로는 입동(立冬)을 지났으니 겨울에 들어선 것으로 봐야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아직 낮 기온이 20도를 오르내린다. 이상 기온 탓인지 올해의 단풍이 예년의 그 곱던 모습이 아니라고들 한다. 그래도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붉은빛을 발하며 세상을 향해 내로라하는 것이다. 여기에 뒤질세라 찬 이슬과 얇은 서리를 무릅쓰고 방긋거리면 예쁜 웃음을 자랑하는 국화도 한몫한다. 이 시기에는 국화와 단풍만이 다투는 게 아니라 가을과 겨울도 서로 밀고 당기면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툰다. 그래도 어김없이 계절은 바뀌고 단풍이나 국화도 한 때의 고운 자태를 모두 잃고 다시 새로운 내일을 위해 긴 인고의 기산을 견뎌야 할 것이다.
이 시는 제1구의 2번 자(字)인 冬(동)이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율시(七言律詩)이다. 압운(押韻)은 ◎표시가 된 시(時), 지(枝), 자(姿), 사(辭), 기(期)이고, 지운목(支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별로 없지만 다음과 같다. 제억(擠抑)은 밀치고 억누르는 것이다. 시주(釃酒)는 술을 걸으는 것이다. 취찬(炊餐)은 반찬을 만드는 것이다. 강반(强飯)은 억지로 먹는 것이다. 칭량(稱量)은 저울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