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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육개장

추억은 맛있다.

by 봄비가을바람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콤해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

육개장.

그 음식의 유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도 한 번쯤 먹음직한 음식이라 어떤 음식인지 알만 할 것이다.



장례식장에 한 번이라도 가 봤거나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더라도 갖은 채소와 소고기를 넣어 끓인 매운 국이란 것을 알고 있다.



얼마 전 친구 아버님의 하늘 소풍을 배웅하는 날도 따뜻한 국 한 그릇으로 위로와 평안을 빌었다.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 주무시는 듯 여든여섯의 삶을 마무리하는 날, 집 마당에 솥을 걸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오셔서 고기를 삶고 손으로 찢어 육개장을 끓였다.

그때만 해도 품앗이로 김장도 함께 하고 명절 음식도 서로 힘을 보태었다.

더위가 조금씩 익을 무렵이라 혹시라도 상할 까봐 조금씩 여러 번 새로 끓여 냈다.

"육개장이 맛있네."

조문을 마치고 받아 든 밥상에서 가장 많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이 육개장이었다.

"육개장 한 그릇 더 주세요."



또 잊지 못하는 육개장이 있다.

사회초년생 셋이 빌딩 숲 안쪽에 숨겨진 허름한 육개장 집에 앉아 커다란 냉면 그릇에 가득 담긴 육개장을 앞에 두고 호호 불어 가며 먹던 그때 그 시간.

"많이 매운데 괜찮아?"

"네."

육개장 집 할머니의 걱정스러운 말에 여러 번 호기롭게 대답을 하고 서로 마주 보고 좋아라 했다.

옆 테이블의 작업복 차림의 아저씨들이 연방 쳐다보시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맛있게도 먹었다.



시간이 지나며 요즘처럼 매운 음식이 유행하고 맛집 탐방이 성행하는데 그때 그 할머니 육개장은 다시는 맛보지 못했다.

가끔 시간을 내서 집에서 끓여 먹는데 1년 가까이 육개장을 끓이지 않았다.

온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이라, 이제는 먹을 사람이 많지 않아 한번 끓이면 많이 끓여야 제 맛인 육개장이 그립다.





<대문 사진 출처/100 daum.net 백과사전,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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