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비가을바람 Jul 27. 2024

라벤더 향기 23

옆 방 사람

 여울은 잠에 취한 눈이 순식간에 번쩍 떠졌다.

그리고 덮고 있던 얇은 이불을 주섬주섬 몸 뒤로 감추었다,

 "잠을 잘 못 잔다고 하지 않았나?"

비꼬는 듯 말하는 성주의 입술이 몹시 얄미웠다.

 <사람을 앞에 두고 미운 말만 골라하네.>

 "돌아갔을 텐데. 왜 다시 돌아왔나?"

 "오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다시 잠이 들고, 여기 이렇게 있네요."

 "진정, 오고 싶지 않았나? 그렇다면 오지 않았을 텐데."

 "네!?"

 "여기에 이렇게 다시 있다는 것은 반드시 그 이유가 있네. 스스로 찾으라."



 할 말을 마친 성주가 일어서자 방문이 열리고 안내인이 들어왔다.

 "준비되었습니다."

 "안내하게."

 "네."

여울은 두 사람의 말로 눈치껏 이불을  잘 개어서 소파 위에 올려놓고 아무렇게 널브러진 슬리퍼를 집어다가 신었다.

 "가시지요."

 "네. 가야지요. 어디로?"

 "그대의 방으로 갈 것이네. 아직 그대의 세상으로 갈 때는 안 된 것 같군."

 "제 방이라뇨? 저는 돌아가야 해요."

여울이 목소리를 높이자 안내인이 여울의 곁으로 다가섰다.

 "가시지요."

여울은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상황에서 더 이상 분위기만 이상하게 만들면 자신만 불리하다는 것이 조금씩 느껴졌다.

 "아, 알았어요."

약간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하고 안내인을 뒤따랐다.

그런 여울의 뒷모습을 성주는 알 수 없는 미소로 보았다.



 "또 그 방인가요?"

 "네."

짧게 대답하고 제 갈길을 가는 안내인을 따라 여울은 슬리퍼를 끌며 억지 걸음을 걸었다.

저 앞으로 그 방문이 보이자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여울의 옆 방에서 차례로 나온 두 사람 중 뒤를 따르는 사람은 여울처럼 싫은 걸음으로 한 발 한 발 다가오고 있었다.

안내인한테 가려 뒷사람이 잘 안 보이다가 점점 거리가 좁혀지며 여울의 옆을 스치고 있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쿵쿵쿵!

여울의 심장이 떨어져 나갈 듯이 뛰었다.

쿵쿵쿵!

아빠!




계속..








이전 22화 라벤더 향기 2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