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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Jul 21. 2024

라벤더 향기 22

잠들면 안 돼.

 "그래. 알았다.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라."

여울은 잠결에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뒤척이다가 깼다.

 <아빠가 왔나?>

 "할머니, 아빠 왔어요?"

 "아니다. 못 온다는 전화야."

 "안 왔어요? 못 와요?"

 "엄마가 아픈단다."

 "엄마는, 맨날 아픈데."

저녁 해가 지고 어두워지는 9시가 지나도 아빠는 오지 않았다.

아빠가 오면 먹겠다고 떼를 쓰다가 늦은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

아빠가 올 때까지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고 있다가 잠이 들었나 보다.

방안 가득 은은한 라벤더 향기가 온몸을 편안하게 했다.

낮에 할머니가 활짝 핀 라벤더를 골라 꺾어 텔레비전 장식대 위 작은 꽃병에 꽂아 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보라색 예쁜 꽃도, 몽글몽글 콧속을 간지럽히는 고운 향기도 원망스러웠다.

 <라벤더 때문이야. 아빠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었는데.>






바스락바스락!

바닥을 조심히 걷는 소리가 여울의 주위를 맴돌았다.

눈꺼풀에 힘주고 눈을 떠보려 했지만 졸음이 자꾸 눈앞을 가렸다.

한참 동안  바스락대던  소리가 멈추고 여울의 어깨 위로 포근한 뭔가가 덮이는 느낌이 들었다.

 <잠을 깨야 해. 아빠를 기다려야 하는데.>

어릴 때, 그때처럼 잠을 쫓으려 애썼지만 여울은 더욱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달그락달그락!

꿈속인지, 잠 속인지 저 멀리서 희미하던 소리가 점점 커졌다.

또르르 또르르!

차를 따르는 소리도 이어서 들렸다.

여울은 이제 정말 더 이상 잠에서 깨지 못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누군가의 인기척이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 정확하지 않지만 여울의 집은 아니었다.

그리고 향기, 라벤더 향기.

진하지 않지만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향기는 오일이나 향수는 아니었다.

마치 싱그러운 라벤더에서 바람결에 따라 흐르는 향기였다.

 <여긴 방안이 아닌가?>

여울은 생각을 거듭할수록 점점 잠에서 빠져나오 있었다.

겨우 몸을 일으켜 덮고 있던 얇은 이불을 쓸어내렸다.

 "다시 돌아온 것인가?"

흰 찻잔을 들고 여울 쪽을 보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성주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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