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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Jul 20. 2024

라벤더 향기 21

시간 속의 향기

 여울은 소영과 통화 후,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멍하니 방 안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방이 낯설게 느껴졌기 문이다.

시간을 따져보면  시간이 안 되는데 성 안 그 방이 꼭 자신의 방 같았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사과 머리로 묶고 이불 끝을 잡고 툭 털어 깨끗하게 펼쳤다.

순간, 훅!

라벤더 향기가 여울의 콧속을 건드렸다.

베개와 이불에 뿌려 놓은 라벤더 오일의 잔향이 코 안을 돌아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여울의 몸이 펼쳐진 이불로 스르르 쓰러졌다.





 "할머니, 저기 보라색 꽃은 뭐예요?"

여울이 마루 끝에 앉아 읽던 책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마당 한쪽 보라색 꽃무리를 보다가 할머니한테 물었다.

 "라벤더라고 한다지."

 "라벤더요?"

 "어느 해 봄에 아빠가 꽃씨를 심었지. 그리고 우리 여울이가 태어난 날  처음으로 보라색 꽃이 피었단다."

 "진짜요?"

 "그랬지. 올해도 곧 여울이 생일이라 곱게 피었네."

"그럼. 아빠가 오겠다."

여울은 신나서 무릎에서 책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폴짝폴짝 뛰어서 라벤더가 있는 쪽으로 갔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아침 일찍 여울은 할머니 손을 잡고 시내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오후에 분명 아빠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선물은 아빠가 가지고 오겠지만 맛있는 음식은 할머니가 준비해야 하니까 하루를 서둘렀다.

 "할머니, 맛있는 거 뭐 할 거예요?"

 "잡채 좀 하고 고기도 좀 볶고. 아빠가 국수 좋아하니까 닭 한 마리 삶아서 칼국수 할까?"

 "국수요?"

 "여울이 생일이라 아침에 미역국을 먹었으니까 저녁에는 칼국수를 먹자. 할머니가 어렸을 때는 생일에 국수를 먹었지. 마침 아빠도 좋아하고."

 "네!"

여울이 신나서 소리쳤다.

할머니는 가만히 여울의 머리를 쓰다듬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하얀 밀가루에 노란 콩가루를 섞어 반죽을 하고 밀대로 얇게 밀어 가늘게 써는 할머니표 칼국수는 만드는 것만 도 맛있다.

할머니 옆에서 여울은 신기한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맛있겠지?"

 "네!"

 "아빠가 좋아하겠지?"

 "네!"

여울의 신난 목소리에 할머니는 힘든 줄도 몰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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