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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Jul 14. 2024

라벤더 향기 20

잠이 들었다.

 "어서 가시지요."

 "아, 네."

안내인의 재촉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발걸음을 옮기는 여울의 뒤로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서 숨죽인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안내인은 처음 성주를 만난 층고가 높은 방이 아닌 깨끗하고 조용한 여느 집 거실 같은 곳으로 안내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여울은 닫히는 문 밖으로 사라지는 안내인의 기척을 느끼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정리도 잘 되어 있는 방 안은 가운데 식탁에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찻잔에 차를 따르니 은은한 라벤더 향기가 방 안을 채웠다.

자신도 모르게 차를 한 모금을 마시니 온몸이 녹아내리듯 긴장이 풀어졌다.

곧이어 털썩 주저앉은 여울은 모로 누워 잠이 들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잠결에 겨우 휴대폰을 집어드니 소영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어. 미안해. 잤나 봐."

 "그래? 다행이네. 너 잠 못 자서 힘들었잖아."

 "어디야? 너야말로 괜찮아?"

 "야. 이모 된 거 축하한다. 아기 낳았어."

 "뭐라고? 언제?"

 "조금 전에. 지금 병원이야."

 "바로 갈게."

 "오긴 어딜 와. 넌 더 자. 걱정돼서 전화한 거야. 천천히 봐도 돼. 산후조리원으로 옮기고 일주일쯤 지나서 와."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내 몰골 좀 추스르고. 그리고 넌 잠도 더 자고."

 "그래. 알겠어.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응."



 <집에 돌아왔구나.>

여울은 그 방에서 라벤더 향기를 맡은 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적어도 하루 이상 지난 것처럼 느껴진 시간이             휴대폰을 확인하니  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거실 소파에 몸을 일으켜 앉아 머리를 감싸고 생각했다.

그 남자는 누구일까.

안내인의 재촉으로 묻지 못했지만 그 남자는 여울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도대체 그는 누구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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