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돌아가서
# 1 여름의 옛집
(주방에서 달그락 소리가 들리고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가 들린다. )
(주방에서 엄마가 여름 방 쪽으로 말한다.)
엄마 (큰 소리로) 여름아! 학교 늦어. 빨리 밥 먹어.
여름 (방문이 닫힌 여름의 방에서) 나 오늘 밥 못 먹어. 그냥 갈 거야.
엄마 (결국 여름의 방문을 열고) 그러게. 미리미리 공부 좀 하지. 꼭 벼락치기야.
여름 (짜증 섞인 목소리로) 어떻게 해. 어떻게 해. 엄마 그냥 갈게.
엄마 (결국 등짝스매싱) 잘하는 짓이다. 어서 가.
(어깨 한쪽에 가방을 메고 운동화에 대충 발을 밀어 넣고 뛰기 시작한다.)
여름 (엄마가 있는 방 쪽을 보며) 다녀오겠습니다.
엄마 (여름의 침대를 정리하고 빨래거리를 챙겨 나오며) 어서 가.
(현관이 닫히는 것을 보고 엄마는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세탁기를 돌린다.)
# 2 여름의 교실 안
(시험이 끝나고 여름은 책상에 엎드려 있다. 반 친구들은 답을 맞춰 보느라 교실 안이 소란스럽다.)
이유민 (여름의 곁으로 다가오며) 여름아, 어디 아파? 보건실에 갈까?
여름 (무안해져서) 아니야. 괜히 밤을 새웠나 봐. 머리만 빙빙 돌고 하나도 생각이 안 나.
이유민 (자신도 마찬가지라는 듯) 나는 시험지만 보다가 끝났어.
여름 (모여 있는 반 친구들을 보며) 민준우하고 김민규는 잘 봤대?
이유민 (역시 그쪽을 보며) 그런대로 잘 봤나 봐. 민준우, 걔는 워낙 잘하니까.
(여름도 민준우는 잘 본 것 같다. 그래서 더 시무룩해져서 책상에 엎드린다.)
(민준우와 김민규가 이유민과 여름의 시선을 느꼈는지 여름의 책상으로 온다.)
민준우 (엎드려 있는 여름과 이유민을 번갈아 보며) 여름이 아프대?
(민준우의 말에 여름이 고개를 들고 머리카락을 정리한다.)
이유민 (여름의 눈치를 보며) 아니.
김민규 (분위기를 알아채고) 종례 끝나고 헌책방에 같이 갈래? 나, 수학문제집 하나 사려고 하는데.
(모두 반색하며 김민규를 본다. 그리고 이어서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자 재빨리 제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 3 헌책방 앞
김민규 (친구들을 돌아보며) 여기가 제일 괜찮지?
(먼저 김민규가 책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고 민준우, 이유민 그리고 여름이 안으로 들어간다.)
(한차례 바람이 휙 불었다가 순간 멈춘 듯 온 거리가 조용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