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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서두른다.

가을이 지나는 자리

by 봄비가을바람


겨울이 서두른다.


새벽 공기가 알싸한 매운 내를 내며

온몸으로 파고들었다.

한낮 뜨거운 열기로 땀줄기가 흐르던 일은

지난 이야기가 되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소리는 조용히

뒤로 물러나 작별 인사를 준비한다.


계절의 속도가 점점 달라지는 것은

굳이 어렸을 때 일을 꺼내지 않아도

한 해가 거듭될수록 체감으로 먼저 다가온다.

이맘때 가을잎이 떨어진 자국 위로 빗방울이

셈을 더하면 온도계도 숫자를 아래로 내린다.

하지만 가는 날짜보다 빨리 내려가는 온도가

속도를 낸다.


가을이 머문 자리는 아직 겨울로 채우기는

아쉬운데 시간은 서두르고 있다.

머물다가 가는 것은 늘 그리운 정보다 차갑다.

스산하고 쓸쓸한 바람이라도 막으려

옷깃을 여미고 얼기설기 실이 교차한 인연이

온기를 데운 스웨터에라도 얼굴을 묻는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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