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비가 내렸다.
바람이 불어 소용없지만
우산을 펼쳐 빗방울과
힘겨루기를 했다.
손잡이를 꽉 잡고 있어도
바람에 흔들렸다.
옷깃을 타고 빗물이
신발까지 적셨다.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될 걸
우산을 안 쓸 걸
주워 담지 못 할 후회를
쏟아냈다.
험한 소리도 다 들었건만
여전히 머리 위를 받치고 있었다.
500년 전에도 비가 내렸다.
우산 받치고 옷깃 여며
물을 건널 생각도 하기 전에
뿌리째 뽑혀 헛손질에
움켜잡지 못 한 마음도
추스르지 못했다.
아무 연고도 없고
피붙이 하나 없는 서러운 땅에
뿌리를 내렸다.
500년이 지난 그 시간 그 자리에
기념비 하나로 이름표를 달고
오는 이, 가는 이 존경의 눈은
아니어도
한 번만이라도 안부를 물어주었으면.
<저녁 해가 지는 시간, 7월 첫 주부터 꽃이 피어 아직도 흰 꽃을 이고 있습니다.>
# 500년 전 홍수로 자기 터전을 떠나 지금의 터에서 새 삶을 이어왔습니다.
한여름에 흰 눈꽃을 피우고 초록잎 여전한 500년 시간을 감히 어찌 한낱 인간이 헤아릴 수 있겠습니다.
어느 날인가 어르신 두 분이 회화나무 앞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회화나무를 바라보고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세상을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살아오신 분들이 처연히 보는 모습에서 회화나무가 더욱 경이로웠습니다.
위에 시 <우산>은 비 오는 날 우산을 통해 채워질 줄 모르는 사람의 끝없는 빈 곳 채우기 욕구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가지면 가질수록, 얻으면 얻을수록 더 크고 많은 것을 품에 넣어야 하는 욕심이 회화나무에는 없습니다.
가진 것마저도 빼앗기고 낯설고 물선 곳에서 500년을 이어왔습니다.
인간이 가진 작은 마음을 회화나무의 큰 마음에 비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닮고자 하지는 못 하더라도 우러러볼 수는 있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