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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열매 Sep 17. 2024

홈그라운드 추석

에헤라 디야~

@father7576 열매 그림일기

나는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

태어나 여적 살고 있다.

내가 다니던 학교도 그대로 있고 이사 또한 40년 넘게 살며 4번이었다. 그것도 버스 2~3 정거장 거리 안이거나 걸어 5분 거리였다.


역세권은 아니지만 숲세권을 자랑하는 우리 동네

한번 들어오면 끝끝내 살게 되는 우리 동네다.

남편 또한 한 동네 사람이다.

'아이러브스쿨'로 뜨거웠던 시절  남편을 만났다.

학교 다닐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사진 속 옆에 있던 너

처음 모임장소였던 대학로에서 찐하게 한잔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우리 집과 한 정거장 차이여서 택시를 같이 타고 왔다.

먼저 내리며 나는"야~이거 택시비해" 하며 만 원권 지폐를 날렸고 남편은 '어라.... 이건 뭐지...' 하며 우리는 만나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지갑을 살피며 나는 혀를 찼지만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만나다 헤어지다 만나다 7년을 돌고 돌아 나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결혼했다.

결혼 첫 신혼살림도 친정집에서 시작했으니 정말 오래도록 한 동네에서 살았다.

남편은 그 당시 신사동이 직장이었는데 둘 다 나고 자란 도봉동을  떠날 생각은 없었다.

서울 끝자락이라  시내에 나가려면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1시간은 기본이지만 그래도 좋다.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하는 곳은 근심이 없다는 곳 '무수골'이다.

처음 다니던 초등학교가 있는 곳

버스길과  인도도 있지만 산길을 타라 넘어가면 일직선코스로 10~15분으로 갈 수 있다.

어릴 적 오빠와 친구들과 어울려 산 비탈길에서 미끄럼틀 타다가 산길을 타고 자현암으로 무수골로 넘어가 올챙이부터 가재, 개구리 잡고 밤을 줍고, 한 나절 넘게  놀았던 추억 때문인지 언제 가도  반갑고 애틋하다.

무수골 입구의 다리를 건너가기 전부터 공기의 흐름과 질이 달라진다.

혼자 가도  새에게 말 건네고 돌다리가 달라졌네, 물이 많아졌네, 꽃이 피었네, 고양이 가족이 생겼네,

계속  말을 하게 된다.

지금은  빌라도 많이 들어서고 캠핑바베큐장과 카페도 생겼지만 그래도 나에게 무수골은  언제든 쉬는 날에는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친정도 시댁도 너무나 가까워 명절에 미리 준비하며 귀성길에 오르는 마음은 아니지만

아침 일찍, 여유롭게 무수골코스로 도봉옛길을 걷거나 원통사에 간다.

20년 넘게 피던 담배를 단번에 끊고 겨울에도 검은 반팔티로 산에 오르는 정육점아저씨, 세탁소 아저씨, 지물포 아저씨를 만날 때도 있다.

정체 따윈 없는 뻥뻥 뚫린 동네 골목골목을 누빈다.


뒤로는 도봉산이요

앞으로는 중랑천이 유유히 흐르는  내 고향 도봉에서 맞이하는 추석

에헤라디야~~~

어찌  보름달마냥 빛나지 않겠는가?

올해도 홈그라운드 추석을 만끽한다.





토닥 한 줄

나는 새와 한그루 탱자나무가 있는 집에 사네

                                             ㅡ문태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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