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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열매 Sep 14. 2024

부끄 부침개

닦아낸다

@father7576 열매 그림일기

어제 맛본 부끄러움 한 움큼을 큰 대접에 담아

밀가루 2컵

소금 조금

후춧가루 조금

달걀 한 알을 넣고 반죽하여

스텐 프라이팬에 노릇노릇하게 부친다

부치다가 한 귀퉁이 맛을 보니

그 맛이 아리송하다

들큼하고, 쌉싸름하고, 싱겁고, 진진하고,

밍밍하고 떫고 거칠고 비릿하다

프라이팬에 눌어붙은  부러움 5g, 서러움 30ml, 괴로움 1.5g, 두려움 3g을

한 참 노려보다 철 수세미로 박박 문데

닦아낸다




토닥 한 줄

공원에 떨어져 있던 사랑의 시체를
나뭇가지로 밀었는데 너무 가벼웠다
어쩌자고 사랑은 여기서 죽나
땅에 묻을 수는 없다 개나 고양이가 파헤쳐버릴 테니까

                            ㅡ황인찬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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