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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열매 Sep 12. 2024

맛동산 가족

바삭하고 고소한 찐한 맛

@father7576 열매 그림일기

우리는 4인가족이다.

남편 B형 나 A형 큰딸 O형 작은딸 AB형

MBTI로는 남편 극 T  나 극 F

그래서일까

반응이 참 다르다.


어느 날 집에서 개미가 나왔다.

-남편의 반응

"이 집 처음부터 맘에 안 들었어! 어떡할 거야? 이사 가자, 이사가 우리 막 물고 그러는 거 아니지"

극단과 부정이 적절하게 섞여있다.

-나의 반응

"자세히 봐봐.. 진짜 개미 맞아? 먼지 나부랭이 아니고... 움직여? 정말? 그래도 바퀴벌레보다는 낫겠지"

현실회피와  대책 없는 긍정형이다.

-첫째 딸

"엄마. 머리가슴 배로 구성되어 있어.. 진짜 개미가

맞아!"

은근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알고 있다.

-둘재 딸

"탁! 탁! 엄마 내가 잡았어"

벌레를 잘 잡고 가끔 행동이 민첩하다.


우리 집은 23층이다.

처음엔 3층이상 높이에는 못 살 줄 알았는데 우리가 이사한 시기가  하필 부동산이 들썩이며

집을 구하기가 힘들 때였다.

부동산을 이틀 다녀보고 기진맥진 탈탈 털린 체

23층이었지만 용기를 내어 계약했고, 살아보니 살아졌다.

1층 출입구에서 누군가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10~15미터 떨어져 있거나 혹은 엘리베이터가 왔는데   출입구 비밀번호를 눌러야 할 때

-둘째 딸

심하게 아이컨텍을 하며 달리기 시작한다.

-첫째 딸

같은 방향이 아닌 듯 더 천천히 걸으며 딴 곳을 응시한다.

-

멈춰 서거나 몸을 반 돌려 출입구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몸을 숨긴다.

-남편

주차 후 바로 집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담배피거나  통화하거나 바로 운동 간다.


이렇게 다 다른 우리는 외식할 때 메뉴선정 또한 참 힘들다.

어쩔 땐 따로 흩어져 먹고 다시 만나기도 한다.

4인 가족 각자의 기질과 취향이 달라도 너무 달라 사건사고도 많지만 사는 맛이 있다.


"못생겨도 맛은 좋아~울퉁불퉁 맛동산"처럼  부모가 되었지만 아직 툭 불거져 모난 부분도 있고

내 자식이지만 가끔 울퉁불퉁한 면에 쓸려 아프기도 하다.

그래도 같이 사는 맛이 있다.

가끔 먹다가 입천장이 까지는 맛동산처럼

바삭하고 고소한 찐한 맛, 그런 맛 말이다. 




토닥 한 줄

죽은 사람 취급을 받아도 괜찮습니다
살아 있는 게 너무 재밌어서
아직도 빗속을 걷고 작약꽃을 바라봅니다

                                   ㅡ김경미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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