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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열매 Sep 19. 2024

2018년 둘째 딸&나

내일은 꼭 일어나리라

@father7576 열매 그림일기

7시다.     

알람이 울린다.

1분씩 설정되어  차가운 목소리로     

"7시 1분입니다." "7시 2분입니다."     

5분을 알릴 때쯤 눈이 떠진다.    

알람을  끄고 다시 눕는다.     

7시 30분 다시 알람이 울린다.     

이번엔 5분 간격 35분, 40분, 45분     

더 이상은  누워있을 수 없다.     

안방으로 들어가 겨울 왕국 노래를 튼다.    


노랫소리에 딸이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고이 잠든 딸을 깨워주는 기상송   

한 손엔 곰곰이(애착인형)들 들고, 손가락으로 하도 만져 매끈해진 곰곰 이의 털손가락을 부비부비 중이다.

작은방 침대에서 잤다가  안방에서  잤다가 옷 입고  다시 자는 딸과는 아침마다 전쟁이다. 그 전쟁을  끝내준 겨울 왕국.   

"하얀 눈 뒤덮인  산 위엔 발자국 하나 없구나~"

"마음 열지 마 들키지 마  착한 모습 언제나 보여주며 철저하게 숨겼는데  들켜버렸어     

이젠  참지 않을 거야 문을 열고 나아갈 거야  당당히 살아갈래 괜찮아  누가 뭐라 해도 당당히 살아가리라" 요 대목에선 뜨끔할 때가 있다.     

그게 뭔지는 하나로 딱 선명하진 않다.

     

옷을 입고  간단히 아침을 먹고 터전으로 향한다.     

또 지각이다. 9시 30분 등원인데, 서둘러도 집에서 30분에 나가게 된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연산군묘에서부터 파란 하늘과 북한산이 펼쳐진다.     

탁 트인 파란 하늘이  눈부시다.     

그 밑으로 초록이들이 빛나는 아침 풍경은 행복감을 준다.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딸도 기운을 차릴 수 있게  한 옥타브 높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며 터전으로 향한다.     


딸을 데려다주고 집에 오면 다시 현실세계다.

식탁엔 밥 먹은 그릇부터 급하게 닦고 나간 칫솔과 컵, 부엌 개수대엔 어제저녁 먹은 그릇, 마루엔 못 갠 옷더미, 침대는 몸만 빠져나온 형체의 헝클어진 이불, 바닥에는 나뒹구는 머리카락....  

고개를 돌려 안방을 보면 벗어던진 잠옷, 책상 가득 한 책, 공책과 드로잉북, 60색 마카와 120색 오일파스텔까지... 모든 것이 마구 싸여  나의 손길을  기다린다.    

모든 걸 뒤로한 채 식탁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신다.     

그리고 다짐해 본다.     

내일은 꼭 7시에 일어나리라.


이런 시절이 있었다.

유난히 잠이 많았던 나와 둘째 딸을 아침이 너무 힘겨웠다. 7시도 새벽으로 느껴졌던 그 시절

아침형 인간으로 생활패턴을 바꾸고 달라졌다.

아침은 더 이상 두려운 시간이 아니다.

그리고  사춘기딸보다 더 대하기 힘들

둘째 딸도 철이 들었다. 4학년때만 해도 버겁다 했는데, 마법처럼 5학년이 되고부터 편해졌다.


지나온 시간

생겨난 구멍을 서로 헤집어 쑤시지 않고   아이스크림, 다이소, 맛집탐방, 산책으로 메꾸고 때워 지금은  둘째 딸과 화, 목 저녁 자유수영, 코난 영화관람, 9시 동시 취침, 목욕탕에서 서로 등 밀어주기로  함께 하고 있다.


살면서 생기는 구멍은 습한 곳에 두지 말고

 밖으로 꺼내 볕을 이고 거름도 주며

옆에서 두런두런 말도 붙이고 뻥 뚫린 그곳을

채워가야 한다.

단, 흙만으로 채울 수 있는지  물과 바람이 필요한지는 구멍마다 다 다르므로

여러 시도가 필요하다.




토닥 한 줄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속을
우리는 걸어간다
옆구리에 지느러미가 돋아나도
비늘들이 발등을 뒤덮어도

우는 대신 웃는 표정으로

                                          -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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