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드디어 브런치북을 완성했습니다. 예전에 썼던 글, 새롭게 쓴 글들을 정리해서 묶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중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바로 이거였습니다.
"내가 과연 에세이를 쓸 수 있는 사람인가"
브런치스토리에서도 저를 떡하니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로 소개하고 있지만, 솔직히 전 에세이를 잘 쓸 자신이 없습니다. 직장에선 공무원으로서 무미건조한 글만 보고 써왔기 때문인지 제 글은 제가 보아도 무척 단조롭습니다. 유머감각이 뛰어나서 글로 남을 웃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관찰력이 뛰어나서 그림을 그리듯 묘사하는 글을 쓸 수도 없습니다. 심지어 글의 소재도 공무원의 일상 정도에 대한 것으로 매우 한정적이죠. 그런데 제가 에세이를 쓴다니...
브런치북 제목, 목차까지 다 정하고도 이걸 발간해도 될는지 몇 번을 망설였습니다. 괜히 망신만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죠.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다가 드디어 발간할만한 이유를 찾았습니다.
이 글은 평범한 한 공무원이 열심히 사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문제는 이직과 퇴사가 난무하는 시대에 직장에 만족해하면서 일에 보람을 찾는 내용은 마치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거기다 제목에 열정적인 공무원? 이건 보통 생각되는 공무원의 이미지와는 너무 거리가 먼 게 아닌가요. 이런 글을 읽고 누가 공감을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애써 제 브런치까지 찾아와 글을 읽으시는 구독자분들은 예외입니다)
그렇지만 공직 생활을 하면서 공무원들을 만나 보면, 대다수는 다 자기 자리에서 책임감과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들은 묵묵히 자기 맡은 일을 해내고 있지, 겉으로 "나 열심히 합니다, 힘들지만 버티고 있죠"라는 티를 안 낼 뿐이었습니다. 너무 당연한 일이라도 생색을 안 내면 우리는 모를 수밖에 없죠. 전 이 점이 참 아쉬웠습니다.
반면에 저는 티를 좀 냅니다. 그런 성격이라 그렇습니다. 별 것 아닌 내용도 글에서 포장을 잘하는 것이죠. 그래서 제 글이 혹시 어떤 의미를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밖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실히 일하는 공무원이 세상에 많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그리고 이들이 대다수란 것을 다른 공무원들도 알게 된다면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듯 공직사회에서도 활기찬 분위기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를 하는 것입니다.
거창한 이유를 대는 것 같지만 결론은 이렇습니다. 제가 비록 글재주도 없고, 글의 내용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지만, 언젠가 공직사회에 조그만 변화라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 가능성만으로도 글에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의미가 조금이라도 브런치북을 발간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난 후에야 조심스레 '발행' 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사진: 분임 동기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