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부부 공무원이 좋을지 안 좋을지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부부가 공무원이면 회사에서 퇴근해도 퇴근한 것 같지 않을 것 같다는 사람도 있고요. 서로 공감하고 힘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좋을 것 같다는 사람도 있답니다.
저는 부부 공무원 예찬론자인데요. 후배들이 결혼에 대해 조언을 구하면 항상 공무원인 배우자를 만나라고 합니다. 왜 부부가 공무원이면 좋은지 그 이유를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서로 공무원의 생리를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밖에서 볼 때의 공직과 안에서 직접 겪을 때의 공직은 생각보다 다른 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공무원이 아닌 사람들은 잘 몰라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죠.
예를 들어, 공무원도 퇴근 후나 주말에 갑자기 연락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자기 업무와 관련된 사안에서 사고가 난다거나 기사가 뜰 때가 그렇죠. 저도 토요일에 아내와 놀러 갔는데 대전에 도착하자마자 사무실에 빨리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공무원이 주말에 무슨 일이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내는 그럴 수 있다며 전혀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빨리 세종으로 돌아가자고 했죠.
반대로 아내도 토요일 오전에 급한 연락을 받았는데, 그날 오후에 장관님 주재 회의가 잡히는 바람에 급히 그 회의 준비를 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내는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침대 위에서 전화로 참석자를 섭외하고, 곧바로 회사 사무실로 나갔습니다. 이런 일이 언제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일 때문에 서로 불만을 갖는 일은 없습니다.
또 하나만 더 말해보겠습니다. 제가 아는 공무원 동기가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공무원으로서 문제가 될까 봐 가상화폐에 손도 안 대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같은 것들도 자제하고 있는데, 그 부인은 공무원이 월급도 적으면서 재테크도 열심히 안 하는 것에 불만이 있다고 하더군요.
보통의 공무원은 주변의 시선을 생각해서 뭐든지 몸을 많이 사리는 편입니다. 음주운전에도 매우 예민하고, 코로나 시국엔 외출도 거의 안 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공무원이 아닌 사람들은 그렇게 몸을 사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내와 저는 서로 이런 조심스러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의견이 일치하기 때문에 싸울 일이 적어 좋습니다.
#2
부부간에 서로 공통점이 많아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 서로 겪는 일이 비슷하다 보니 회사 이야기를 하더라도 진심으로 공감을 하게 됩니다. 국회에서 자료 요구가 많다거나, 민원인 응대하는 게 어렵다는 것은 공무원이 아닌 사람에게는 뭐가 힘든 건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죠.
거기다 업무에 대해서도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부처는 다르더라도 공무원들이 하는 업무가 다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법률 개정을 해봤기 때문에 국회 상임위-법사위 절차를 아내에게 알려줄 수 있었고, 아내는 사업을 통해 보도자료를 많이 써봤기 때문에 저에게 그런 스타일의 글쓰기를 알려줄 수 있었습니다. 사무관이라면 사업, 법, 기획, 총괄 같은 업무들을 다 겪어야 합니다. 다만 사람마다 먼저 하는 업무는 다르죠. 그래서 서로 먼저 해본 업무에 대해 얻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함으로써 각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거기다 국정감사나 예산 시즌, 대선이나 총선 직후, 이렇게 공무원의 바쁜 시기는 겹치기 마련입니다. 그땐 함께 바쁘게 지내고, 나중에 여유가 생길 땐 같이 휴가도 쓰고 놀러 갈 수도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3
부부가 공무원이면 함께 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농담으로 주말부부가 더 좋은 것 아니냐고 하지만, 전 아니더군요. 퇴근 후엔 항상 붙어있다 보니 이젠 혼자일 때가 더 어색합니다. 아내가 해외출장이라도 가는 날에는 밤에 외롭고 무서워서 잠도 잘 못 드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배우자가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 직장이 있는 바람에 주말 부부를 하는 공무원들이 있습니다. 아니면 매일 서울-세종을 출퇴근하시는 분도 있죠. 하지만 부부 공무원은 원한다면 같은 지역에서 함께 살 수 있습니다. 공무원은 민간 회사 보단 부처를 옮기기 쉬운 편이거든요. 지자체 공무원이 중앙 부처로 옮겨 세종에서 함께 사는 경우도 보입니다.
거기다 부부 중 한 명이 유학이나 주재관 파견 등으로 해외에 나가게 된다면 휴직을 하고 따라가는 것도 공무원의 경우엔 부담이 적습니다. 이건 꼭 부부가 아니라 공무원의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부부 공무원은 그 장점을 두 배로 활용할 수 있죠. 한 명이 먼저 유학 지원을 받게 되어 함께 외국에 다녀온 후, 상대방이 또 유학 지원을 받아 한번 더 외국에 가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민간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대단히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선배는 영국에 유학을 다녀왔는데, 변호사였던 형수님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함께 다녀왔다고 하더군요. 그때 형수님은 남편 때문에 자기 커리어를 희생했다며 불만이 많으셨다고 합니다. 공직에서는 부부가 함께 해외에 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동반 휴직을 한다고 부처에서 페널티를 받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4
비슷한 맥락으로 육아를 하기에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공무원은 민간에 비해 육아휴직을 바라보는 시선이 나쁘지 않습니다. 더욱이 남자들의 육아휴직도 장려되는 추세이죠. 요즘 분위기를 보면 부인이 먼저 출산 전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으로 1년 넘게 휴직을 한 후, 남편이 뒤이어 1년의 육아휴직을 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된 것 같습니다. 경제적 어려움만 없다면 부부가 동시에 휴직하고 육아에 전념할 수도 있고요. 또 최근에는 아이 한 명당 2년 이상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날 때 1년, 초등학교 들어갈 때 1년 이런 식으로요.
이렇게 부부가 둘 다 휴직을 하는 것에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출산이나 육아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편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래도 출산과 육아는 힘들다고 합니다) 공무원 부부치고 아이가 없는 부부를 보기는 어려운 편입니다. 세종시가 전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것도 이런 이유가 크겠죠.
사진: 분임 동기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