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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Aug 31. 2024

물건에 집착하지 않는 삶

우리 집에 있는 식탁을 볼 때면, 전에 하지 말았어야 했던 행동이 생각나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우가 가끔 있다. 식탁을 새로 산 지 얼마 안 됐을 때 친구들을 초대해 저녁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친구가 흘린 음식에 내가 예민하게 반응하며 닦았던 게 바로 그것이다. 그러곤 다들 조심스럽게 음식을 먹는 바람에 신나고 즐거웠어야 했던 분위기를 내가 망쳐버렸다.


새 집에 들어올 때도 그랬다. 비싼 돈을 들여 외부 업체에 하자 점검을 맡겼고, 하자 리스트를 하나씩 체크하며 제대로 보완이 되었는지 확인했다. 이사가 끝난 후 바닥에 뭔가 찍혀 있는 자국을 보고선 혼자 속앓이를 했다. 이사 중에 찍힌 건지 그전부터 있던 건지 내가 증명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하자 신청을 하진 못했지만, 지나가다 그 자국을 보면 괜히 속이 쓰렸었다.



반면, 내 아내는 그런 나와 성격이 정 반대다. 새 물건이라도 쓰다 보면 헌 게 되는 거니깐 흠이 좀 있어도 어떠냐라고 생각하면서 편하게 썼다. 물건보단 우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집엔 정말 비싼 리클라이너 의자가 하나 있다. 부부의 취미가 집에서 음악 틀어놓고 커피 한잔 하면서 책을 읽는 거다. 그러려면 편하게 앉을 의자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 우리 지출 수준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비싼 의자를 하나 샀다. 결혼 후 명품 가방 하나 사지 않은 아내 입장에선 진짜 큰 결심을 한 것이었다.


처음엔 그 의자에 앉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너무 자주 앉으면 가죽이 늘어나거나 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말이다. 반면에 아내는 주저함이 없었다. 심지어 의자 위에 앉아서 과자를 먹을 정도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점점 그 의자가 만만하고 편하게 되었다. 이젠 질세라 기회만 되면 그 의자에 먼저 앉으려고 한다.



아내랑 함께 살면서 새 물건에 대한 집착을 놓게 되었다. 식탁에 뭐 흘려도 휴지로 쓱 닦고 만다. 찍혀 있는 바닥을 봐도 아무 느낌이 없다. 이젠 새 옷을 사도 목이 늘어나는 걸 걱정하지 않는다. 새로 산 컴퓨터나 휴대폰을 쓰더라도 배터리가 방전될까 봐 조심하고 그러지 않는다. 드디어 물건에 종속된 삶에서 해방된 것이다. 부부가 함께 오래 살다 보면 닮는다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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