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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운 Nov 17. 2024

노쇠한 여름

내게도 풍성한 푸른 잎들이

얕은 바람에 살랑거리며 웃었지


가을하늘은 깊어지라고 드높고

가을바람은 쉬어가라며 불어오는 데


채워지는 시간들이 추락하며

푸른 잎들이 단풍이 되기 전에

강풍에 쓸려 방황하듯 떨어진다


어린아이의 뽀얀 볼에도

단풍이 한가득 피어나는 데

나는 추위에 떨고 있는 잎들을 끌어안고

버리지 못하고 작은 바다의 파도를 훔친다


모두가 하나둘 결실을 맺는 가을속에서

노쇠한 여름을 등에 엎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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