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적 이데올로기에서 살아남기
오전 12:03. 드디어 다 읽었다. 최근에 전에 완독한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3일 만에 다 읽었다. 나는 왜 이 어려운 책을 3일 안에 끝냈을까. 두 번째로 읽기에 전부터 익숙해서 속도가 더 붙기도 했지만, 일부러 급하기 읽고, 급하기 마무리했다.
나는 당분간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철학은 잠시 넣어두려고 한다. 학교 공부와 개인 공부를 병행하고 있는 요즘 둘 다 망치는 느낌이다. 12시까지 전공 공부를 하거나, 철학 서적을 읽어도 너무 불안하다. 가끔은 이게 맞나 싶기도 하다. 결국 나는 철학과에서도 타자가 되는 것인가 하는 회의적인 생각도 많이 했다. 결국 내가 원하는 나의 이데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오늘부터 거의 모든 강의가 발표 후 토론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예습을 안 한 강의에서 나는 그저 공기와 같은 존재였다. 강의가 끝나고 현타가 크게 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는가? 아무 말 안 하고 멍 때릴 거면 전기공학과에서 하지 왜 철학과에 와서 멍 때리는가? 나는 오늘 무참하게 털리고, 자괴감이 존나 심하게 들었다.
하지만 나는 복수전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공부는 잠시 접어두고 학과 공부에 매진할 것이다. 내 개인 공부는 방에서 혼자 나를 위해 하는 것이지만, 학교 공부는 강의를 듣고, 토론을 한다. 그리고 성적을 매긴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 나는 예습과 복습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성적을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에 참여하고 싶다.) 이번 학기가 철학과가 처음인 나는 이렇게 털리는 게 당연하다. 공대에서 인문대로 왔으니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하지만, 핑계 대며, 변화 없이 그대로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 법을 따라야지. 나도 다른 학생들처럼 철학과라는 곳에 녹아들어 그들과 열띤 토론을 하고 싶다. 토론에 끼지 못하면 질문이라도 많이 하며, 내가 그들과 같이 공부하고 있음을 표출하고 싶다. 기존과 다른 학과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