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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Aug 29. 2024

노이의 트라우마 치료교실 1

트라우마는 표현해야 단순기억으로 변하고 망각의 강으로 넘어간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 많은 소중한 경험은 우리에게 성취감을 주고 삶을 이끌어 가는 활력소가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반대가 상처가 되는 말이나 사건들은 우리의 무의식 중의 심연에 트라우마로 숨겨져 있어, 두고두고 내 앞길을 방해하게 된다. 그러면 누구에게나 있는 이러한 트라우마 치료 어떻게 해야 할까? 상담이나 정신치료법으로는 트라우마에 초점을 둔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며, 이는 자신의 왜곡되어 잘못된 생각을 수정하고 트라우마 사건을 다시 바라보며 건강하게 직면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라고 수 있다.


  트라우마는 당사자의 경우와 가족 등 주위의 사람인 경우 두 가지의 역할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내가 당사자인 경우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내가 당사자인 경우 이제는 마음속 깊이 숨겨져 있는 트라우마를 직면하여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만 트라우마는 단순기억으로 변하고 드디어 망각의 강으로 넘어가 완전히 기억 속에서 없어져 버린다.


  사실 내 경우도 지금은 많이 트라우마가 많이 해소되었지만, 나는 어린 시절부터 심리적 상처가 매우 많았다. 서울의 정말 가난한 6남매의 막내였던 나는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상흔과 심리적 고통을 갖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세 가지가 떠오르는 데 그것은 가난한 집에 대한 불안정감, 외모에 대한 열등감,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첫 번째, 가난한 집에 대한 불안정감이었다. 베이비붐시대의 서울의 가난한 흑석동에서는 궁핍한 생활은 상상을 초월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당시 60년대에는 서울에는 헌 교복을 입은 거지들도 많았으며, 집을 방문하여 밥을 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들이 있었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물론 부자동네 사는 친구들도 있었고  그 삶의 형태를 비교하면 어린 마음에도 신분이 정해져 있다고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당시 우리 집은 흔히 말하는 일본말로 상자를 의미하는 하꼬방이라고 했는데, 초등학교에서 돌아오면서 친구들이 우리 집을 알까 봐 멀리 돌아서 집으로 가곤 했다.


  또 한 번은 밤중에 잠을 자는 데, 아버지와 어머니가 조용히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의 생업의 실패로 그나마 살고 있는 가난한 단칸방 집에서도 쫓겨 날지도 모른다고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이야기를 소리 죽여 듣고 있던 나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고, 그때부터 엄청난 불안감을 갖고 꿈을 꿀 때마다 길거리에 내앉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두 번째,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었다. 당시 내가 아기였을 때 부모님이 눈가에 다래끼를 잘못 짜서 눈이 한쪽이 살짝 찌그러져 보였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은 그러려니 하지만 어린 시장 나는 사람들이 나의 오른쪽 눈의 상처를 볼까 봐 항상 왼쪽으로 돌려서 사람들을 보았고, 대화는커녕 눈 맞춤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나는 지독한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


  세 번째,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어린 시절 취약한 환경은 나에게 항상 불안감을 주었다. 술집동네였던 우리 동네에서는 살인사건이 수시로 일어났다. 열악한 동네에서는 폭력사건뿐만 아니라 추락사고 같은 안전사고가 계속 일어났다. 한 번은 초등시절 조카가 놀러 왔을 때 동네 형이 아령을 공중에 높이 던졌는데 그 아령이 조카의 바로 머리 옆으로 떨어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 아령은 다행스럽게 조카를 피해 갔지만 나는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너무나 불안해지고 한편으로 지금도 안도감으로 가슴을 쓸어 안기도 한다.


  나에게도 진하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이러한 기억들을 이제는 표현하여 어린 시절 추억의 저편으로 넘겨서 단순한 기억으로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도록 직면하도록 하고 싶다. 지난날의 기억들은 모두 나의 잘못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 사는 동네의 하나의 단순한 기억들뿐인 것이다.


 나아가서 트라우마치료를 위하여 주위사람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트라우마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는 주위 사람들의 정서적 지지가 가장 중요한 특히 대상자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 피하지 않는 것,  다 아는 것처럼 대하지 않는 것 등이 정말 중요하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비난을  하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무조건적으로 감싸 안아 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이 웃거나 행복하게 살 가치가 없다며 스스로 과도한 죄책감을 느낄 수 있음을 이해하고, 이들이 주저 없이 직면하여 감정을 표현하고 일상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도록 정서적으로 지지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가능하다면 눈을 마주치거나 부딪칠 때마다 지지와 사랑의 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인생은 되도록 단순 구조화시킬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잡념이나 고통들은 서로 간의 에너지를 소비시킬 뿐이다. 특히 잠자리에 들어서 중간에 깨어나서 떠오르는 어린 날의 상념들은 나를 고통스럽게 할지도 모른다.


  최근에 겪었던 기억, 어린 시절의 기억들 모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시간의 흐름의 하나였음을 스스로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단순한 기억 속에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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