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승진 Feb 27. 2022

 커피야?  정말이니?

혼자 쓰는 커피 일기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나는 과거에 '인생은 쓴 커피'라고 생각했다. 우리 인생은 커피처럼 달콤함도 설렘도 아픔도 쓴맛도 있기 때문이었다.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각자가 겪은 다양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살자고 결심을 하였다.


  오랜 직장생활 속에서 커피 문화도 바뀌었다. 과거의 유리병에서 커피, 프림, 설탕을 한 스푼, 두 스푼 퍼서 분배하여 마치 조제하는 식의 커피를 마시던 문화에서, 타 먹기 쉬운 믹스커피로 바뀌기 시작하였고 그다음에는 'let's be' 커피 캔 문화로 바뀌었고 지금은 대세가 카페에 마시거나 테이크아웃 잔으로 주문하여 마시게 되었다.


  특히 식사처럼 사전에 약속을 잡지 않아도 되었고, 나이가 어린 특히 젊은 여성 직원들이 대부분 커피를 좋아하여 나는 커피 문화를 공부하여 그들과 커피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차이나고 문화가 차이나는 그들과 나에게 있어서 커피는 친해질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였다.


  나도 브랜드 있는 커피를 즐기게 되었고 급기야 스타벅스와 이디야 웹을 깔고 자유롭게 주문하고 가능할 때마다 후배들에게 커피를 쏘며 함께 새로운 문화를 향유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즐거움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아들의 조언으로 무심코 깨달은 생각이 있었다. 


나는 그동안 이왕이면 사람들에게, 특히 후배들에게 밥을 많이 사자 하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노력하였다.  하지만 밥을 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상대방의 스케줄도 봐야 하고 무엇보다도 비용면에서도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바꾼 것이 커피 사기이다. 상대방의 시간도 많이 뺏지도 않고 친해질 수 있는 것 같았다.


  직장생활 34년째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후배여서 커피 살 일이 많았다. 오늘도 후배들에게 커피 4잔을 점심을 맛있게 먹고 동료 겸 후배들에게 "커피 쏠게! 갑시다" 하고 신나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다음 미리 엡을 통하여 사전에 주문 결재하고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받아서 자리에 앉아서 한바탕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을 갖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조금만 이야기해도 큰소리로 웃어주는 동료 겸 후배들을 보고 큰 행복감을 느꼈다.  나는 요즘 큰 걱정거리도 없고 만사가 OK인 것 같아 너무 행복했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나는 나이도 많지만, 공감능력이 뛰어나!  조금 생뚱맞아 보일 수도 있지만, 직원들이 다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바야흐로 나의 전성기야 " 하고 혼자서 마음속으로 떠들고 실제적으로 신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날 퇴근해서 집에 돌아왔다. 평소 말이 없고 자기표현을 하지 않는 아들에게 

'야! 오늘도 이 멋진 아빠가 직원인 후배들에게 커피도 잘 사고,  후배들을 재미난 이야기로 기쁘게 해 주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평소 과묵하고 자기표현을 하지 않는 아들은 의아스럽다는 듯이

 "아버지! 그거 자기만족인 것 아시죠? "하고 하며 지나가는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그냥 스쳐지나가지 않고 머릿속에서 멈추었다. 혹시 후배 직원들이 나랑 좋아하지도 않는 커피를 마시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한 것은 아닐까, 자기들끼리 하고 싶은 말을 못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좋은 뜻이 상대편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내일은 혼자 커피 마시면서 물어보려고 한다. '커피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