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풍선처럼 부풀었던 배가 갑자기 홀쭉해지지는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동료들의 출산을 가끔 목격했고 그들의 배가 한번에 쏙 들어가지 않는 것을 확인했으면서도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은연 중에 믿고 있었다.
제왕절개 수술 후 걸을 수 있게 되면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바로 체중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보통의 여자인 나는 출산 후 나의 체중이 중요했다. 옷을 맵시있게 입고 싶고, 옷방을 따로 둘만큼 많은 옷을 다 새로 살 수도 없었다. 그리고 정확히 3개월 후 복귀가 예정되어 있었다. 아이를 낳으면 그냥 10kg 정도는 저절로 빠지리라는 기대는 망상에 불과했다. 출산 전 정확히 20kg이 쪘던 나는 1kg만 빠져 있는 나의 몸무게를 확인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수학 아니 산수만 해도 나의 몸무게는 납득이 가지 않는 몸무게였다. 아이가 2.8kg이고 양수와 태반 무게를 합치면 5~6kg은 되어야 했다. 그러나 수액은 맞는 족족 붓기가 되었고 손발은 부풀어 올랐다. 주먹을 쥐기가 힘들었고 신발도 신기가 어려워 발가락만 넣고 걸어다니는 수준이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델들은 아이를 낳고 몸매 관리를 하지 않아도 원래 몸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하지만 그런 기적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산후조리원을 퇴소할때까지 나의 체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이를 인큐베이터에 넣은 이후에 먹지 못했다. 아이도 없고 신랑도 없는 혼자있는 집에서 입에 넣는 모든 것은 쓰고 껄끄러웠다. 입에 넣은 음식물을 백번이나 씹어도 삼키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몸무게의 눈금은 그대로였다.
아기가 돌아오는 시기에 시어머니께서 산바라지를 위해 집으로 와주셨다. 그때부터 아이를 잠시 맡겨두고 운동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이르다고 했지만 나는 운동을 더 늦출 수가 없었다. 출근이 코 앞이었다. 하루 1시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 맨손 체조로 몸을 정리하곤 했다.
나이 마흔이면 본인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나는 몸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꼭 날씬한 몸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 자존감을 유지시킬 수 있을 정도의 몸 상태를 만들고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나이로 인한 너그러움으로 본인 몸에 대해 여유로워지거나.
운동은 효과가 있었고 조금씩 살이 빠지고 있었다. 몸은 역시나 정직했다. 움직이는 만큼만 빠졌다.
복귀 후 회사에서 마주친 사람들과 대화의 시작은 나의 몸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아이와 나의 건강보다도, 일의 적응보다도 앞선 대화의 주제가 엄마의 몸무게라는 사실이 찝찝하면서도, 다들 어떻게 살을 다 빼고 돌아왔냐는 칭찬에 우쭐하기 바빴다.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했다. 고작 나의 몸무게로 인해 곧추선 나의 어깨.
시간이 조금 지나자 창피함이 몰려왔다. 다시 돌아온 몸을 끔찍하게도 자랑스러워 하는 내 모습이 우스웠다. 나의 미련함에 창피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게 뭐 그리 우쭐할 일이라고. 나라는 사람은 나의 임신 전 몸으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자존감을 유지할 수 없는 모자란 사람일 뿐인데.
여전히 어리석게도 다시 날씬해진 나의 몸을 사랑하지만 자랑스러워 할 일은 아니다. 그저 나의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은 것으로 돌아온 나의 몸은 그 역할을 다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