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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Nov 09. 2024

사막, 셀렌타르 (3)

로맨스 판타지 "스콜피온"

(지난 이야기)

내 몸이 그의 몸과 매우 가까워지는 순간 …

그는 멈칫- 하다가, 이내 끝까지 일으켜주고 이쪽을 내려다보았다.

올려다보는 나와, 내려다보는 그 눈빛이 마주친 그때,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 쉭, 쉬익 - 휘잇-!

"거기 섯!"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들린 후 몇 초나 지나지 않아 멀리서 모래를 차며 돌진하는 힘찬 말발굽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말 두 마리는 실로 엄청난 위용을 보여주었다. 날씬하고 날렵한 말들은 푸르스름한 흑청색의 윤기가 도는 털을 가졌는데, 피부에서 은은한 빛이 나며 물방울 모양의 비늘 같은 패턴이 온몸을 덮었다. 반짝이는 검은 흑요석 같은 눈은 총기가 가득했다.


그 말위에서 내리는 두 남자 중 한 명이 말했다.


“알다르, 오랜만이구나.”


‘알다르’, 그게 당신 이름이었구나 -

… 낯선 이가 등장하자마자, 어느새 나를 자기 등 뒤에 감추며 내 앞에 서있는 그의 넓은 등을 보았다.

불안한 공기가 이 넓은 사막에 스멀스멀 퍼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습한 추위가 밀려오는 기분에 입고 있던 얇은 셔츠 끝을 꼭 잡았다.

손에 땀이 차면서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지만 알 수 없는 긴장감에 온몸이 저려오는 것을 느끼며 정신줄 붙잡자는 마음이 더 커졌다.


“역시, 너도 있었군.”


“당연한 거 아니야? 백 년 만이구나. 여전한데? 직접 여기까지 또 오다니…”


“...”


“뒤엔 뭘 숨겨두고 있는 거지?”


“카스피안. 네가 상관할바 없다. 가던 길 가지.”


“백 년이 지났어도 네 그 의무감은 여전하구나. 네가 순순히 뒤에 있는 걸 보여준다면 갈 테니, 얼른 내 보여. 누군가는 내 보호 아래 있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


다르가 아무 말이 없자, 이 상황이 불안한 내가 슬며시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순간적으로 내 손목을 잡은 다르를 올려본 후 손목을 살짝 비틀어 뺀 다음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


다르의 뒤에서 느껴지던 온기가 점점 흐려지고, 카스피안이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그의 차가운 습기가 피부에 달라붙는 듯했다.


“...”


한 발자국 다가온 카스피안은 나를 보고 잠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나를 보고 아무 말이 없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사막의 모래 바람이 스르륵 불어와 그의 옅은 은색의 짧은 머리가 바람 앞에 흔들거렸다.

눈을 가리는 긴 앞머리가 흔들리는 순간,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다 빛의 눈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 눈빛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이 들만큼 그것은 아름다운 하늘과 바라 경계의 색 본연이었다.

그의 눈빛에 사로잡힌 순간, 주위의 모든 소리가 더욱더 잦아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 시선에 내 몸이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아름다움 속에 스며 있는 조용한 위협, 그 경계에 서 있는 이 남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의 피부는 다르와 같이 그을린 색이었으나 조금 더 상앗빛으로, 늘씬하고 긴 팔다리가 몸에 꼭 맞는 로브아래로 보인다. 청록색과 흑청색의 조화를 이루는 로브는 그의 슬림한 실루엣을 잘 드러내주며, 다리 중간까지 떨어졌다.


신기한 것은 로브 전체의 옷감이 빛에 따라 바닷속 비늘이 반짝이는 듯한 광택이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듯한다는 것이다.


홀린 듯이 그의 앞머리 사이의 눈을 응시하자 아무 말이 없던 카스피안의 눈이 먼저 미소를 지었다. 눈을 따라 입술이 길게 늘어지며 뒤이어 미소를 지었다.

 

알다르와 딱딱하게 말하던 사람이 맞는 것인지 생각이 들 만큼 그는 내 눈과 마주치자 곧, 웃음을 지은 것이다.


“... 당신이었군.”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리자 나도 궁금해졌다.

이 사람은 나를 아는 것 같이 말한다.


“나를 아나요?”


여전히 그의 눈을 응시하며, 물었다.

 

“.. 아니. 하지만 알 것 같아, 당신이 누군지.”


카스피안이 천천히 손을 뻗어 나를 향해 걸어오자, 다르가 단숨에 내 앞으로 나섰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내 몸은 본능적으로 알다르 쪽으로 물러섰지만, 카스피안의 시선은 여전히 나를 놓지 않았다.


카스피안이 물었다.

 “너는 누구의 곁에 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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