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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Nov 29. 2024

사막, 셀렌타르 (5)

로맨스 판타지 스콜피온

"아얏!!"


벌써 몇 번째 아가베에 리는 건지 이제는 셀 수도 없을 도다.

아일라는 천 번은 족히 스물 두 종류의 아가베를 수집하러 사막의 군데군데를 돌아녔지만 잎 유난히 푸르고 스러운 아가베를 보면 절로 손부터 나가는 바람에 이렇게 자주 찔리곤 했다.


"그러게 내가 조심 좀 하랬지 쯧쯧.. 누나는 너무 급하다고. 아가베도 느낄수 있어. 살며시 다가가 물어야 해, 내가 잠깐 실례해도 되냐구."


카루는 그런 아일라 옆에 붙어서는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가슴을 가로질러 맨 오래된 고동색 가죽가방 안쪽, 손바닥만한 작은 주머에서 말린 약초를 꺼내 두장을 아일라의 검지 손가락에 올린 다음, 다시 가방에 손을 넣어 이번엔 얇고 가는 흰 호리병을 꺼내 그 안의 오일 두세 방울을 방금꺼낸 말린 약초 위에 조심히 뿌렸다.


"아니 오일을 만들면 뭐 하냐고! 이렇게 자주 쓸 바에야 그냥 아가베 찾으러 덜 나가는 게 낫겠구."


아일라의 손가락에 순식간에 말린 약초와 오일을 바르고 깨끗한 헝겊까지 감아 묶은 카루는 고작 열두 살.

타르익의 막냇동생이다.


사막에 정착한 지도 어느덧 년째인 아일라지만, 타르익은 늘 사막을 제 손바닥처럼 아는 "눈이 긴 아이" 카루를 아일라가 나갈 때마다 붙여나가게 한다.


난 어린애가 아니라고요- 볼멘소리를 하는 아일라지만 타르익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행동하며 부족장인 그를 존중하고, 사막을 존중하며, 이 세계에 점점 적응해 나갔다.


 살에 난데없이 떨어진 사막, 셀렌타르는 아일라가 잘 알고 있던 세도나(아일라가 떨어진 당시 있던 도시)와 사뭇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도 많았는데, 비슷한 점은 끝도 없이 펼쳐진 곳이라는 것, 다른 점은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것이 아직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오아시스는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신성하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살았던 고향 세도나를 사랑하는 아일라는 그곳의 대한 산을 보며 마음속의 답답함을 많이 털어버리 했었다. 함께한 시간이 별로 길지 않 아빠, 따뜻하지만 늘 남을 돕고 무언가에 열중해 있엄마- 게다가 외동으로 쭉 자라온 아일라는 분명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칼리스타와 마라가 함께 있었지만 마음이 늘 허전했다.


 어디서 오는 허전함인지도 모른채 열여섯의 아일라는 늘 저 먼 산과 사막을 보며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상상을 하곤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사막을 종횡무진할 수 있는 카루와 함께 시간이 나는 데로 셀렌타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각양각색 선인장의 꽃을 따 말리거나 아가베를 잘라와 진액을 깨끗한 나무수저로 긁어내어 오일과 배합해 보는 일 따위를 하며 즐거움음 찾았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막에서의 시간은 천천히, 그리고 빨리 가고 있었다.


이제 아일라는 열아홉, 이제 곧 스무 살이 된다.


타르익의 말로는 사막에서는 아무리 연고를 알 수 없는 이라도, 누구든 삼 년 동안 이곳에서 살아남게 된다면 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전통관례를 통하여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의식을 거한다고 한다.


그 의식까지는 이제 달여 남았기에, 그전까지 배우고 준비할 것이 많다며 타르익은 최근 아일라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지 꽤 되었다. 미안하다며 정중히 양해를 구하는 타르익은 바쁜 나날들을 보내는 것이 확실했다.


무슨 의식인 걸까... 궁금한 아일라였지워낙 돌아다니고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천성 때문인지, 게다가 친해진 부족민들과 어울려 정신없이 지나가는 일상 때문인지- 의식자체 궁금해! 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얼른 이 의식행사를 마치고 타르익이 전에 언질을 준 적이 있는 여행을 떠나는 것에 더욱 신경이 팔려있었다.


"무슨 여행인데요?" 하는 아일라의 말에 타르익은 빙긋 웃으며 여행은 모르는 것이 더 신비롭지 않냐며 평소처럼 고요히 작업실에서 오일배합법에 집중할 뿐이었다.


"오아시스로 가는 거에요?.. 그럼 좋겠다. 단 한번뿐이었지만 잊지 못하는 곳이라구요. 그곳이면 미리 말해줘요! 준비할게 있으니까."


여전히 자세히 이야기 해주지 않는 타르익이지만 아일라는 알수 있었다. 이 여행은 특별할수 밖에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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