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산, 오세안트리스 (1)
로맨스 판타지 스콜피온
온몸이 흠뻑 적셔지는 동시에 물이 머리꼭대기까지 잠기자 아일라는 숨이 멎는 건가-라고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눈을 깜박 감았다.
감은 눈앞에는 늘 그렇듯 어둠이 자리 잡아야 했지만 아일라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실로 놀라웠다.
믿을 수 없게도 눈앞은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낮, 황홀한 아름다운 바다에 집채만 한 별들이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춤추고 있었다.
그 별들은 아일라 눈앞은 계속해 돌며 눈을 감은 것인지 뜨고 있는 것인지 모를 만큼 환상적으로 그녀를 유혹하고 있었다.
흡사 무엇인가에 홀린 듯, 아일라는 감은 눈을 뜨지 못한 채 한참 동안 별들을 응시했다.
분명 물속으로 온몸을 담갔지만 숨은 전혀 막히지 않고 부드러운 물은 아일라의 몸을 감싸며 어딘가로 끌어가고 있는 듯했다.
슬슬, 슥슥 물길에 끌려 깊이 인도되어 간지 얼마나 됐을까.
아일라는 눈앞의 별들이 점점 더 크기를 키워가며 맑고 푸른 하늘을 완전히 덮는 것에 매료되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샛노란, 거의 흰 빛에 가까운 별들이 터질 듯이 크기를 키워가며 노래가 귓가를 점령해 갈 때쯤, 아일라는 저절로 눈이 떠졌다.
눈이 먼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그녀의 앞에 비친 눈을 감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푸른 하늘은 어쩐지 조금은 이질적인 것 같았다.
이 이질적일 만큼 동화 같은 하늘은 어디의 하늘인 걸까.
분명 오아시스의 물에 홀린 듯 발을 담갔을 때까지만 해도 다른 곳으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머리를 제외한 몸은 아직도 물 안에 담가져 있고, 얼굴만 뭍에 나와있어 눈을 뜬 아일라는 의외로 세상에서 가장 동떨어지고 아름다운 곳에 도착한 듯한 느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숨은 물 안에서도 자유스럽게 쉬어졌던 것인지 전혀 숨이 차지 않았다.
한참 동안 몸이 물안에서 유영하게 두며, 오아시스를 온몸으로 느끼던 아일라는 눈에 가득 찬 하늘을 바라보다 눈을 다시 살며시 감았다. 방금 느꼈던 두근거림을 다시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아일라 님?..."
왠지 익숙한 느낌에 곧바로 뜬 눈앞에는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 베르도?" 몸을 물에서 급히 일으키며 아일라는 그의 놀람이 깃든 회갈색 눈을 응시했다.
"... 아일라 님을 여기서 뵙다니... 어떻게 오신 겁니까?"
"나 사실은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베르도가 셀렌타르에 있지 않다면... 그럼 여긴 혹시..."
"맞습니다. 이곳은, 바다의 산, 오세안트리스입니다."
베르도의 투명한 조각상 같은 얼굴은 아일라를 보자, 깊은 혼란에 빠진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