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판타지 소설 - 스콜피온
오묘하게 푸르고 신성해 보이기까지 하는 사막의 오아시스에 발끝을 대어 담그면, 잠시동안 봄기운처럼 따뜻하다가, 곧이어 예의 여름이 되자마자 느껴지는 청량한 향기와 기운이 온몸을 서서히 감싸기 시작한다. 달짝지근한 물이 얼굴에 닿아 목이 말라오고, 숨결은 부드럽게 트이며 물속에서는 끊임없이 부드러운 공기가 바르르 튀기는 소리기 들리는 듯하다. 사막에 돌아올 때마다 느끼는 고향에 돌아오는 느낌-
그 느낌을 아일라는 사랑했다.
다시 한번 오아시스를 통해 사막으로 돌아갈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아담한 발을 물에 담그는 아일라를 바라보는 베르도는 자신도 모르게 잠깐 숨을 멈췄다.
아일라는 예뻤다.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은 늘 허리까지 길러 정갈하게 빗어 밑으로 내려 묶었고 맑고 투명한 흰 얼굴에는 밝은 헤이즐넛 눈망울이 가득 들어차있었는데, 기다란 속눈썹에 가려있는 눈동자에 차분한 초록빛이 스며있어 어느 방향에서 볼 땐 활기차게, 다른 방향에서는 슬프게 보이곤 했다. 코는 매끈하고 적당히 높았고, 입술은 신이 직접 매만진 듯 폭신하고, 부드러웠으며 6월의 갓 딴 체리처럼 붉고 싱그러웠다.
기다란 다리는 얇지만 늘 걸었기에 탄탄했고, 허리는 한 줌에 들어올 만큼 얇았으며 긴 목에 어머니가 걸어준 목걸이가 꼭 어울렸다. 키는 크지 않은 편이었지만 비율이 좋아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렸지만, 보통 간단하게 티와 청바지를 즐겨 입고 도통 꾸미지를 않았다.
이미 어딜 가든 돌아보게 하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기에 더더욱 시선을 끄는 행동이나 장신구를 꺼렸다. 보통 사람들은 이국적이면서 청순한 아일라의 외모를 보고 성큼 다가왔지만 그와 어울리지 않는 내성적이기도, 게다가 조금 어색하고 특별하기까지 한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곧 멀어지곤 했던 것이다.
*
그래서 아일라는 자신과는 다르게, 평범하고 투박하기까지 한 것들에 애정을 느꼈다.
고요하고 무너짐 없는 것들, 그리고 꾸준한 것들이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이 되었다.
자꾸만 변할 것만 것들이 늘어갈수록 더더욱 자신이 붙잡을 수 있는 것들을 매일 똑같이 하는 것에 집착했다.
같은 방식으로 머리를 단장하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것을 먹고, 같은 시간에 잠에 들었다.
그러면서 무엇인가는 나름대로 정렬에 맞추어 돌아가고 있다는 안도를 느끼며 하루를 보내었다. 사막의 밤에서 눈을 뜨기 전까지는.
*
"베르도?"
흠칫 놀란 베르도가 아일라를 바라보았을때, 아일라는 그가 전에 둘러주었던 망토를 되돌려 주려 하고 있었다. 묵직하고 부드러운 망토는 꼭 그를 닮아있었다.
"아름다운 망토에요, 따뜻하게 도와줘서 고마웠어요. 다음에 올때도 부탁해요! 아, 카스피안님이 뭐라 하시려나."
"아닙니다, 아마 그분의 망토를 다음에 빌려주실것입니다. 사막에 도착하셔도 알길이 없으니 야속하지만, 다음이 또 있겠지요. 조심히 가십시오.."
고개를 꾸벅숙이는 베르도의 속눈썹에 갖힌 초록눈을 상상하며 아일라는 정답게 웃어보였다.
"그래요, 다음에... 만나요-"
물속으로 서서히 들어간 아일라가 완전히 없어져 오아시스가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잔잔해진 후에도 베르도는 돌아가지 않았다.
다음은 언제일지, 감히 기다려지는 베르도였는데,
그것이 곧이면 좋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다가 그는 고개를 가로젓다가 얼굴에서 설레임을 지워버리고 아직 바람이 차게 불고 있는 성쪽으로 말을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