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친구는 몇 명인가.
22살, 아빠는 "진정한 친구가 세명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당시의 나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주위에 친구들이 꽤 많았던 때였다.
우리는 술을 마셨고, 깊은 이야기를 했으며, 늘 팔짱을 끼고 자라 Zara 에 구경 갔다.
30대 후반의 지금, 나에게는 이미 친구라는 정의 자체가 바뀌어 있다.
당신에게 "친구"란 무엇인가? 그리고 몇 명이나 있는지 궁금하다.
초, 중, 고 대학교를 지나면서 아니, 어쩌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크고 작은 따돌림이나 불편함을 겪어왔다.
하루에 8시간 이상 있어야 하는 이 기관들에 속해 있으면서 어쩌면 꼭 지켜야 하는, 그리고 필요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나는 흔들렸다.
친구를 위해서라면 의리가 있어야 했고,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한 것만 같았다.
회사에서는 눈치게임, 정치게임을 해야만 평탄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마술같이, 나는 이민을 왔다.
더 이상 초, 중, 고등학생도 아니고. 대학생도, 직장인이 아니다.
속한 곳이 직장에서 시댁식구로 바뀐 거 같은 착각.
직장인이 아닌, 친구도 아무도 없는. 심지어 나를 아는 사람들이 아. 무. 도. 없는 곳에 뚝 떨어진 것이다.
각설하고, 이민 9년 차인 나에게 우정이란 따뜻한 것이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따뜻함. 그리고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때론 궁금해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우정이 뜨겁기만 한 것 같았다.
꼭 추운 겨울 몸에 딱 붙인 핫팩처럼 뜨겁게 곧장 내 몸을 데워주었던 우정.
매일 연락하고 궁금하고 만나서 시시콜콜 마음을 다 내주었던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을 감사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우정만이 인간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를 있게 한 모든 대화, 시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지금의 인간관계를 형성한 것이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을 주었을 것이고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우정으로 남지 않았다고 해도 누군가 내 인생에서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깨달음을 주었다면 참으로 귀한 인연이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나는 어떠한 우정이, 지인이, 인간이 되어주고 싶냐는 것이다.
어떤 사람과 삶을 나누고 함께 하고 싶은가.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배우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에게 인간관계를 참 소중하다.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소통하고 만나고 대하는 모든 사람들이 참으로 귀하다.
인간관계를 정의해가고 있는 30 후반이 거의 연말을 향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