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직업을 헷갈리지 말 것.
"장래희망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직업을 연관시킨다.
초등학생, 아니 유치원 때부터 무수히 들어본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곧잘 변했다.
2학년 때 나는 패션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 단어를 듣자마자 나는 그것이 되기로 정한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단어에 꽂혔고, 미술을 좋아했고, 옷을 좋아했다.
장래희망은 줄곧 그것이었지만 사실 현실은 달랐다. 사실 진정한 의미의 디자이너도 잘 몰랐던 것이다.
꿈을 좇아 유학을 갔고, 그 분야 탑 대학을 갔고, 남들이 가고 싶어하는 직장에 들어갔다.
결국 나는 23살 여름, 뉴욕에서 패션디자이너가 되었다.
꿈을 이룬 것이다.
부끄럽지만 직장들어간 그 후엔 어떻게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안 했었다.
사회는 우리가 돌아가는 거대한 수레바퀴의 부속품으로 살아가길 원한다.
그렇기에 꿈=직업으로 머리에 심어두는 것이다.
더 심한 것은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갈구함도 집어넣어서,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오지 않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하게 불안하게 된다.
게다가 월급은 일반인이 생활하기에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같은 일반 회사원 디자이너는 월급이 상당히 박봉이었는데, 그 월급으로는 뉴욕에서 살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회사를 그만두지 못했다.
월급에 목이 메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만족하며 살아간 것이다.
꿈을 이룬 나는 그 꿈을 반정도만 편채, 대기업의 부속품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한 나날을 살아갔다.
그렇지만 마음속에는 늘 두려움이 자리했다.
당장 내일 잘리면 나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다음 10, 20년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디자이너로서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
뉴욕에서 얼마큼 살 수 있을까?
직업만 두고 본다면 재미있는 일이었지만 대기업에서 세분화되는 일에 참여하게 되는 입장이다 보니 창의적인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차라리 작은 디자인하우스면 훨씬 창조적이다)
그렇다면 나는 패션 디자이너인 것인가 아니면 그 회사 디자인을 그려주고 만들어주는 중간 입장인 것일까?
그 부분에서 깊은 회의감을 가졌다.
내 브랜드를 직접 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슬프게도 나는 미국에서 이민자였고 비자로 생활 중이었다.
브랜드를 시작할만한 여윳돈도 장소도 없었던 것이다.
이대로 살다 간 미래가 뻔히 보였다.
꿈이 직업이 돼버린 나는 하는 일이 좋았지만, 내 진짜 꿈이 "회사에서 일하는 나"가 되어버린 것도 모른 채 그저 달려왔던 것이다.
황당한 것은 이 모든 생각을 뉴욕에 있을 때도 했겠지만, 깊이 생각하지를 않았던 것이다.
매일매일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끝에는 사람들을 정신없이 만나며 즐겼다.
생각 자체를 일부러 피한 것이다!
그리하여 꼭 말해주고 싶다.
지금 하는 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직업과 꿈을 분리해서도 생각해 보고 이게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꼭 탐구해 보라고 말이다. 그리고 진취적으로 미래를 그려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나는 그렇게 안 했고, 못했고, 용기도 없었지만 이 글을 보는 누군가는 그런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