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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Aug 23. 2024

파라과이 부자클럽

죽었다 깨어나도 못 들어간단다. 

어느 나라에 살던 "클럽하우스"는 있다- 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살았었다. 

그런 단어를 들어본적도 한국에 살땐 없었었고, 중학교를 사립으로 다녔어도 친구들 그 누구도 그런 클럽에서 이벤트를 하지도 않았기에... 


그러나 "그들만의 세상"이 있다는 것은 이미 고등학교 유학시절 은연중 알았던것 같다. 

세계적 재벌이 내 옆에 앉아 공부하던 그시절, 그들은 맨하탄에 주말이 되면 리무진을 이용해 나가서 호텔 클럽에서 샴페인을 곁들인 파티를 즐기고 학교로 일요일 오후에 느지막히 돌아오곤 했다. 흐늘흐늘하고 릭렉스된 그들의 움직임, 여유있고 공부에는 뜻이 없던 그들. 계급은 언제나 존재했고, 모든 사람은 각자 본인의 그룹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대학생이 되어, 준재벌이었던 아는 오빠가 말해주던 재벌 3세 모임인가 뭔가에는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었더랬다. 중요한 정보가 왔다갔다하고, 친목을 다지던 그 모임에 대해 오빠는 "나도 거기가면 쭈글이야" 라며 말한적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 파라과이에 도착한지 얼마 안된 나는 "클룹 센테나리오Club Centenario"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남편은 그곳을 지나가며 여기는 파라과이 상위 1%-5%만 멤버십을 살 수 있는 곳이며 (대략 한국돈 1억원), 가족 대대로 부자인 사람들이 들어가고, 멤버들끼리 돈독하며 그들만의 파티와 각종 특혜들을 누리는 곳이라고 했다. . 동양 사람들은 일본의 '토요토시가(대기업)'가 유일하단다. 한국 사람들은 안받아준다나? 처음 이민왔을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갔는데 이민 1년반 됬을때쯤, 남편 거래처의 창립파티에 초대받아 그곳의 이벤트장에 들어갔다. 


그곳은 내가 보기에 그냥 이벤트장이었다... 견고하고 깔끔한 건축물들, 그리고 아름다운 불빛들. 잘 알지 못하는 그들의 세계를 단편영화 보듯 스쳐지나갔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의 프리뷰를 보는 것처럼...


상류사회의 결혼식이나 이벤트 들을 가볼 기회가 몇번 있었다. 그리고 곧, 괴리감이 느껴졌다. 이상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파라과이의 상류층은 거의 99프로가 백인이다. 스페인이 지배했을 당시부터 내려오는 스페인 혈통이나, 이후 이민 온 다른 유럽의 국가의 전형적인 외형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원래부터 이 땅을 살아온 원주민 인디안들과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키가 그리 크지 않고 더 어두운 붉은색의 그을린 피부를 가지고 이 땅에서 살아왔던 원주민들은, 지배층의 밑에서 일을 하고 농사를 짓고 평범하고 심플하게 살아간다. 


파라과이에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초대받아 서로 다른 그들의 '클럽'에 가본적이 여러번이다. 각각 다른 클럽하우스를 돌아보며 그들의 멤버십 가격에 대해 듣게 되고, 시설을 보게 되고, 그 안의 멤버들을 보게된다. 그리고 이 모든 클럽의 장점인, 안전과 편의, 운동시설과 음식점을 경험하면서 나도 클럽의 멤버십 살까.. 하다가 아니, 라고 생각을 거둔다.


 가족당 딱 한번 내는 멤버십 구매 비용 (1천만원-1억 사이, 클럽에따라), 그리고 1년마다 내는 관리비를 내며 우리 가족이 한달에 몇번이나 클럽을 이용할까?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에게는 아직까지 그렇게 필요하진 않은 멤버십인것이다. 모르지, 우리가 나중에 더 성공해서 그 정도의 돈은 차고 넘치면 생각해볼지도.. 하지만 그때까진, 우리가 직접 지은 작은 집에서 관리비 걱정없이 마음과 몸이 편하게 살아가는 것이면ㅡ 충분하다. 


소중한 시간으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과 라이킷은 글쓰는데 큰 동력과 기쁨이 됩니다.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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