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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Aug 15. 2024

그놈의 아침밥

밥과의 전쟁

정갈하게 차려진 7첩 밥상, 갓지은 밥에 뜨끈한 국물, 맛깔나는 반찬들이 내 앞에 펼쳐지면 나는 눈을 비비며 잘 먹겠습니다아- 라며 굼뜨게 숟가락에 밥을 뜬다. - 라는 전형적(?) 인 드라마 안의 모습... 이 내 남편이 살아오며 경험한 아침밥이라니. 

그리고 그 것을 내게 바라다니! 


뉴욕의 아침은 굉장히 분주했다. 


아침에 일어나 헬스를 가지 않는 이상, 나는 일어나서 씻고 바로 옷을 입고 작은 가방에 지갑과 핸드폰, 립스틱만 넣은채 용수철 튕기듯 작은 스튜디오에서 달려나와 지하철역까지 경보로 4분여를 걷는다. 

그리고 96,86,72,42,34... 가에서 내려 다시 바쁜 걸음으로 나와 만든지 얼마안된 뜨끈한 오트밀을 사거나 꾸덕한 크림치즈를 바른 베이글을 픽업해 회사로 올라간다. 마, 이것이 아침밥이다(!)


고등학교때나 대학때나 기숙사에 살았고, 이태리서 자취할때는 아침을 거의 안먹거나 인스턴트도 때우고. 직장생활할때도 그냥 사먹거나 디톡스 쥬스나 한잔 먹던 나는 파라과이로 이사온 다음날 일어나서 시부모님 집에서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아침이 준비되어져있었다. 


사실 잘 기억은 안난다, 무엇이 메뉴였는지... 그러나 나는 안다. 이것은 아침상이다. 

시어머니는 잘 챙겨드시는 것에 진심인 분으로, 메뉴가 정말 다양하다. 몇개월에 한번씩 바꾸어서 색다르게 드시는데, 예를 들어 지금 어머니가 아침에 드시는 것은: 

야채치즈계란 부침

당근,사과,비트를 착즙한 주스 반컴

샐러리,아오리사과,오이를 넣은 그린주스 반컵

양배추 삶은것 몇장

감자 삶은것반개

신선한 제철과일 적어도 세종류

이런 느낌... 다 아시는지? 그래, "건강식"이올시다. 


우리 어머니는 이런식으로 건강한 것만 돌아가며 드시고 나도 내가 원하면 이렇게 주시는 분이다. 

그리고, 어머니의 어머니인, 우리 남편의 외할머니는, 남편이 자라면서 김치 종류만 최소 5가지에 뜨끈한 누룽지밥, 갓구운 김에 국물을 준비해주신 것이다... 그것도 태어날때부터 남편이 미국으로 대학을가기 전까지말이다... 


음식이라고는 먹는줄만 아는 나같은 사람은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끝, 아니 발끝에서 못미치는 미개한(?) 사람인것이다... 나는 나잖아! 하며 외치기엔 나도 이제 이집 며느리(?) 의 도리를 이제 해야되는데... 중요한것은 요리에 관심도 없고 딱히 잘하지 못한다는 것... 


예를 들면 결혼하여 내 인생 처음 전기밥솥을 샀는데, 물을 잘못 맞춰서 밥솥 밖으로 물이 다 세서 새 전기밥솥이 망가진줄 알았다는 슬픈 전설이 있을만큼이니 얼마나 문외한 인줄 아시겠지. 


신혼 초에 남편이 아침 5시에 현장에 가는데 내가 할수 있는 건 햄치즈 토스트가 전부인지라 일단 해서 먹였는데, 시어머니가 전화 오셔서는 아침 뭐먹었어? (= 내 아들 뭐 먹었어?) 하시길래 토스트.. 라 수줍게 말하니 아 그래? 하고 아무말 없으셨는데 몇년간 어머니는 아침은 먹었냐고 물어보시다 이제는 안물어보신단다. 난 일단 아침 안먹고... 남편도 나랑 5년차까지는 밥 달라 자기는 평생 아침 먹고 살았다, 라고 말하다가 포기한것 같다. 내가 아침에 할수 있는 최선은 빵준비야... 라고 말하자 그냥.. 간헐적 단식해서 건강이나 챙기자(?) 이렇게 된것이기 때문이다. 


아침은 세끼중에 가장 중요한 식사라고 말을 하며 나는 아침을 먹는 가정이 따스하게 연출되는 상황을 보며 자랐다. 그리고 실제로 부끄럽게도 우리 할머니는 우리 아침을 꼭 챙겨주셨다. 우리 애들은 아침에 뭘 안먹고싶어하기도 하고, 학교가서 곧 내가 싸준 간식과 과일을 먹기때문에 아침에 사과나 깎아주거나 요플레 같은건 주지만... 한국 밥상을 대령하지는 않고 있다. 그대신 저녁에는 정성스럽게 차려주거나 주말에 신경써서 음식을 해주고 있다. 


그놈의 아침밥과의 전쟁은 이제 끝났고 내 마음에는 상처와 찝찝한 마음이 남아있지만... 그래 그럼 어때. 나의 아침은 내가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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