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Singularity 10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릉 Sep 29. 2022

Singularity

09Singularity

09SINGULARITY


어느 순간부터 사람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관계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설렘보단 무서움이 앞서고, 그러다 보니 그것에 서툴러 이젠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의례 묻는 똑같은 질문에 질렸고, 만남에 있어 목적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로 그 조차 역겨워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그만두었다.


하지만 리니지 세상 속에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게임을 하고 그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었다. 게임을 쉽게 그만둘 수 없는 이유도, 이들을 두고 떠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지.

아이러니하게 현실 속에서 나는 모든 사람들을 마몬으로 치부하며, 그들과의 관계에 있어 치를 떨며 무참히 짓밟던 사람이었으니.



현실과 가상세계에서 이루고 있는 관계의 무게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가상세계에서 만난 너는 말투부터 시작해 말할 때 선택하는 특유의 단어들, 추임새들이 매력 있다. 나는 그런 너를 가상세계로부터 끌어내려 아무런 희망 없는 세계에서 조금의 기대를 위한 참회를 하려 했지.


나는 그저 조금 더 너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네가 표현해주는 감정을 느끼고 싶었으며,

내가 표현하는 모든 것들을 공감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표현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너는 역시나 너의 생각이나 감정을 끝까지 숨긴 채 다시 너의 공간으로 숨어버렸다.


네가 떠난 자리에는, 이젠 무색해져 버린 너와 나눴던 수많은 약속들이

너의 고개가 돌아간 순간과 동시에, 이젠 갈 곳이 없는 너의 기억들이

내가 만들어버린 세계에서 모순이라 생각했던 너는, 역시 같다고 인정해 버린 이기심이



어쩌면 나는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항상 네가 나에게 했던 말들은, 힘들었던 회사생활을 한탄하는 말들뿐이었으니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장난스러운 말들뿐이었으니



이로써 나는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다.



소설

이전 09화 Singularity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