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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Singularity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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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릉 Sep 13. 2022

Singularity

08CO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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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보러 갈래?" 혹은 "별 보러 가자." 이런 말들은 정말 낭만적이다.

별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신비로움도 있지만,

함께 별을 본다는 것은 아무 누군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서로에 대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혜성 혹은 그의 잔재인 유성우를 보러 가자는 말을 들어 봤는가?


내 기억에 있어 혜성이라 하면, 몇 백 년 만에 한번 지구 궤도에 들어오는 의미 있는 것, 혹은 유튜브에서 흔히 나오는 지구 멸망 시나리오, 아니면 핵과 코마 꼬리로 구성된 물질이라고 지구과학 시간에 외웠던 것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더 많은 세상의 것들을 알게 되었을 때 나에게 있어 혜성이라는 단어는 별이라는 것보다 더 신비롭고 의미 있게 느껴지게 되었다.

적어도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안 별은 항상 그 자리에서 변하지 않고 밝게 빛나고 있다. 낮이든 밤이든 비가 올 때나 혹은 우리가 잠이 들 때도.

하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혜성은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아니, 수백만 년 동안 홀로 날아와 우연히 지구 궤도에 들어와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비행의 목적은 무엇이며, 비행의 끝에는 어떤 것이 존재하길래 이 존재는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을 태우면서 수백만 년 동안 외롭게 비행했을까.



혹여나 "별 보러 갈래?"라는 말을 이성에게 썼다 실패했다면 반드시 다음과 같은 말을 해봐라. 혜성에 대해 조금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저 말에 넘어가지 않을 리 없을 것이다.


"혜성 보러 갈래?"




퇴근길 판교에서 올려본 밤하늘에서도 밝게 빛나는 별이 보일 정도면 요즘 날씨가 정말 맑다고 생각이 든다. 이것과 맞물려 연휴까지 있다니,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마음이 뜨는 것이 당연하겠지.


4일에 연휴 중, 하루 통째로는 너와 만나는 날이 되었다. 연휴라 그런지 맛집들은 전부 문을 닫았고 대부분의 근사한 카페 또한 영업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잘 못하는 젓가락질로 기다란 젓가락을 가지고 우육면을 먹는 너는 조금 귀여웠으며, 오픈한 카페를 찾아 언덕길을 오를 때 투정하지 않고 언덕길을 좋아한다던 너의 심박수가 140이 찍혔을 때는, 너는 정말 매력 있었다.

빵을 자를 때 힘을 줘 금방이라도 부러질 거 같은 손가락도 예뻤고, 장난스럽게 째려보는 너의 눈망울도 예뻤다. 그런 너를 볼 때마다 저절로 웃음이 나왔지만 너에게 그걸 들켰을 땐 왜 웃냐는 핀잔이 들려왔었지만 이 마저도 좋았다.


보드게임을 할 때 집중하는 너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온전히 게임에 집중할 수 없었고 벌칙으로 너에게 손목을 붙잡혀 너의 작은 손가락으로 있는 힘껏 내리칠 때는 조금 아프긴 했지만, 그 또한 설레는 일이었기에.

아! 그리고 너는 생각보다 게임을 잘하는 아이였다.



정말 먼 곳에서부터 너를 향해 가는 길에는 가끔 외롭긴 해도 의심이 없었다. 비록 빛을 내고 있는 너에 비해 나는 작은 돌덩이에 지나지 않겠지만 너의 궤도 안에 들어가기 위해 조금씩 타오르며 다가갈 것이다.

너에게 점점 다가갈수록 나의 꼬리는 점점 더 짙어지며 길어지고 있다. 그 색은 푸른색을 띠며 네가 알아차리도록 더욱더 또렷해지겠지. 

언젠가는 전부 타버려 사라져 버릴지도 있겠지만, 이 비행의 끝에는 분명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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