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Oort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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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도 나는 콧대가 달까지 올라가 있었던 사람이었다. 항상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고 나의 주장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 혈안이 돼있던 사람이었다.
내가 중심이고 모든 것들은 나에게 맞춰서 돌아가고 있었다고 생각을 했다.
많이 이유들과 사건들, 어찌 되었건 결국 "조화"를 배웠던 나는,
이젠 네가 중심이 되었고 나의 모든 것들은 너에게 맞춰 돌고 있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겠지.
사람이 갑자기 한순간에 변할 수 있다고?
그리고 한다는 말이 네가 중심이 되었다고?
하지만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는 소리를 400년 전까지 믿고 있었다고.
나는 고작 20년 만에 내가 중심이 아닌 걸 알아차렸을 뿐인걸.
나는 게임 회사에 다니며 생명과 돈을 거래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업데이트 날이라 새벽 4시에 출근해서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었지.
열심히 한 덕분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있까 순탄하게 마무리되어 오늘은 1시엔 퇴근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너를 보러 갈 시간이 생겼고 그대로 약속을 잡아 너를 만나러 갔다.
너의 회사 앞으로가 너의 퇴근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정말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런 감정을 여유롭게 느끼기도 전에, 네가 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제 막 퇴근한 너는 내가 동경하고 있던 직장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 나는 공대를 나와 제조업에서 일했고, 덕분에 셔츠보단 후줄근한 티에 더 가까웠으며 게임회사에서는 더욱 후줄근한 반팔들과 항상 함께 일해왔다.
너는 셔츠를 입고 있었고, 니트로 된 원피스를 걸쳐 더욱 내가 상상한 그 느낌을 강조했다.
네가 나의 중심이 되어서였을까, 네가 한 모든 것들은 나를 이끌었고 그것을 더욱 부풀게 하였다.
스몰토크와 함께한 너와의 저녁은 정말 맛있었으며, 카페를 찾아 돌아다니는 그 시간마저 설레었고 너와 마주 앉아 마시는 커피는 그 쓴맛을 모를 정도로 너에게 모든 신경이 집중되었다.
"업어 줄게!"
가로등 불빛조차 가리지 못한 밝은 달빛 아래를 걸으며 네가 나에게 말을 했다.
나의 속 안에서는 몽글몽글한 감정이 곧바로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숨을 참으며 끝내 그 감정을 삼켰다. 혹여나 정제되지 않은 나의 서투른 감정이 너를 거칠게 삼켜버릴까 봐.
나는 조심스럽게 너의 등 뒤에 손을 올렸다. 너는 너무나 작은 몸으로 나를 진짜로 업을 생각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 또한 누구에게 한 번도 업힌 기억이 없기에, 어떻게 업혀야 할지 몰라 서투른 자세로 너에게 기대었지.
"똑바로 해!" 곧이어 너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나는 정말 나의 몸을 온전히 너에게 맡긴다면 네가 부서질 것 같았다. 아니, 빠져나오지 못한 나의 몽글한 감정이 나의 뇌와 심장에 가득 차 터져버렸겠지.
서투렀던 나의 행동으로 너의 등에 완전히 업히지 못했다. 못내 아쉬움을 남기고 다음을 기약하며 너를 보내었지.
다음에 정말로 너에 등에 업히게 되면, 터져 나오는 나의 감정을 너에게 감출 수 있을까?
그 감정이 너를 집어삼킨다면, 혹시 그 감정에 불순물이 섞여 있다면,
이 모든 불안과 걱정을 동시에 아직 가보지 못한 너에게 조금 더 갈 수 있다는 설렘도 같이 느꼈다.
너를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는 가장자리에 존재하는, 아직 가보지 못한 경계의 끝자락 구름 속으로 들어왔다.
이제야 너에게서 새어 나오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공간에 들어왔으며, 미약하지만 그 중심을 찾아 기꺼이 타들어가며 너에게로 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