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Singularity 07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릉 Sep 04. 2022

Singularity

06UNCERTAINTY PRINCIPLE

06UNCERTAINTY PRINCIPLE


나의 사주를 보고 있자면 정말 이렇게만 되면 걱정 없이 평생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남의 사주를 옆에서 구경을 하고 있어도, 그들도 딱히 나와 다를 게 없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항상 힘들 때만 사주를 찾았으며 확정되어 있는 사주에 은연히 기대고 있었고, 정해진 운명에 탓을 하기도 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미래란 확정되어 있지 않기에 예견할 수 없고, 그렇기에 정해진 운명이란 없다.




처음으로 너와 평일에 만났다. 너를 빨리 만나기 위해 일을 일찍이 몰아서 했고, 덕분에 너와 여유롭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태풍이 온다고는 하지만 오늘은 정말 맑은 날이었으며 기분 좋은 바람이 스쳐 불 때면 너를 좋아하는 감정이 더욱 샘솟아 쏟아져 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은 유난히 너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게 되었다. 같이 걸을 때도 고개를 돌려 너의 얼굴을 보았고 가만히 앉아 이야기할 때도 너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다 너와 눈이 마주치면 웃어보았지만, 그럴 때마다 너는 왜 웃냐고 발끈했었지.


나는 그래도 너의 그 표정이, 너의 그 태도가, 너의 그 존재가 좋다.


오늘의 그런 너를 좋아하는 나는 내일도 너를 좋아할까?


어제도 너를 좋아했고, 오늘도 너를 좋아했으니, 앞으로 계속 너를 좋아한다는 수학적인 귀납법이 있다.

여기서 말하길, 어제도 오늘도 나는 너를 좋아했으니 내일도, 그다음 날도, 평생 너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다음에 만나는 날이 있을까?"

너는 장난으로 나에게 다음은 없을 거라는  말을 던진다.


이 말을 들을 때면, 오늘은 내가 너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 문득 생각을 한다.


'너의 얼굴을 빤히 보고 웃어서?'

'네가 산다는 커피를 내가 말도 없이 사버려서?'

'세 가지 맛의 아이스크림 중 가장 맛있는 부분을 혼자 먹어서?'


"불확정성"


나는 너의 마음을 알았다고 생각할 때면 너는 거기에 없었고, 너의 마음을 알고자 너를 측정하면 너의 값은 항상 다르게 측정되었다.

그러다 너에 대한 내 감정에 의심이 들면, 너는 다시 나타나 나의 감정을 삼켜버렸다.


3차원 세계에서 통용되는 법칙들은 너와의 관계에서는 들어맞지 않았다.

나는 그런 너를 나의 경험을 토대로 이해하고 통제하려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너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너를 마주하고 싶다.


혹시 이것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토대가 되어 네가 나에게 밀려올지.

이전 06화 Singularity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