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꽃놀이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로 대신하게 되었다. 예전처럼 요란한 유세 노래가 들리지는 않지만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가 담긴 선거벽보들이 우리를 유혹한다. 그 벽보를 보면서 떠오른 곳이 게티즈버그 국립 군사공원(Gettysburg National Military Park)이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명연설이 탄생한 곳. 그래서 민주주의가 흔들릴 때면 이 말을 떠올리며 다시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를 다잡게 하는 곳. 그런 이유로 그곳은 미국인들에게 정치적 고향이자 안식처였다.
드넓은 초원 위에 여러 종류의 무기들과 장군상 그리고 전쟁의 모습을 담은 벽화 등이 조형물로 서있는 공원을 별표 모양의 16개 Tour Stops 표지를 따라가며 둘러보았다. 전쟁이 준 상처와 그에 대한 위로를 곱씹으며 걷는 어른들의 진지한 표정과 전쟁이 남긴 정신적 유산을 선물처럼 받아들고 신나게 뛰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평화라는 제목의 풍경화 같았다. 그 평화가 튼튼한 동아줄이 되어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어주기를 바랐던 그때를 떠올리며 나도 개나리꽃 담장 아래 붙은 후보자의 면면을 보며 봄꽃만큼 화사하고 신선한 인물을 찾는데 부지런을 떨어야겠다는 작은 다짐을 해본다. 이를 위해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익숙해진 만큼 이번 선거에서는 지연, 학연, 혈연 등과 같은 밀접한 관계에서 벗어나는 ‘후보자들과의 거리 두기’를 해보기로 했다. 우편물로 온 후보자들의 공약이 실천 가능한 지,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이 진정성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후보자들과의 거리 두기’ 첫 번째 약속을 실천하는 것. 그래서 “봄바람 휘날리며 벚꽃 잎이 흩날리는~~” 노래를 들으며 우리 국민들에게 마음 안정제와 경제 소화제를 처방해 줄 수 있는 일꾼을 찾을 것이다. 탐구 끝에 찾은 인물에게 한 표를 행사하고 나면 그동안의 피로 바이러스가 행복 바이러스로 바뀌리라. 문득, 중의(衆議)를 존중하는 공론(公論)의 정치를 행하라는 옛 성인의 말씀을 구글 번역기에 입력하면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진리는 언어가 달라도 하나로 통하고 많은 이들의 바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나로 만나기에.
얼마 전 어느 가게 앞 입간판에 큼지막하게 쓴 ‘봄을찾기’를 읽다보니 ‘보물찾기’로 읽혔다. 아마도 이번 선거에서 말보다는 실천이 앞서는 보물 같은 일꾼을 뽑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게 읽은 게 아닌가 싶다. 어른들이 보물찾기 놀이를 즐거운 마음으로 정정당당하게 실천할 때, 우리 아이들도 제대로 된 민주주의의 현장을 경험하는 참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지금 당신의 가슴에 담아둔 보물의 모양과 색깔, 투명성을 햇빛 아래서 찬찬히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민주주의의 꽃이 활짝 피어 많은 이들의 가슴에 차별 없는 세상에서 나누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이번에 오는 봄은 어느 때보다도 단단한 봄이리라. 그 봄에서 보물을 만나고 싶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큰 욕심이라고 눈치를 줘도 이번만은 모른 척하고 맘껏 부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