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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여 Mar 22. 2022

“저희 결혼합니다.”

봄볕이 따스한 날에 받은 하얀 리본에 묶인 청첩장. 마치 내가 결혼이라도 하듯이 설레는 마음으로 풀어 보았다. ‘저희의 결혼식에 초대합니다.’라는 문구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인 듯 다정하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순간 또 다른 질문이 들렸다. 요즘은 왜들 결혼을 안 할까라는. 그 물음이 신선하게 다가온 것은 예전과 달리 결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고, 그 선택지도 많아졌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청첩장에서 활짝 웃으며 사랑의 꿀이 뚝뚝 떨어지는 웨딩사진을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을까 싶다. 요즘 젊은 세대는 결혼에 대한 인식만이 아니라 결혼식 문화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다른 것 같다. 결혼식의 필수인 주례사를 듣다 보면 신랑과 신부는 벌을 서는 느낌이고 하객들은 학창 시절 교장 선생님 훈화를 떠올리며 자꾸만 시계에 눈길을 주곤 했던 예전의 결혼식. 그에 비해 요즘은 경건한 의식을 치른다기보다는 축하의 장을 펼치고 맘껏 웃으며 파티를 즐기는 결혼식이 주류를 이루는 듯하다. 입장할 때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레드 카펫을 걷는 듯 여유를 부리며 손도 들어 보이는 신랑과 이에 환호성을 보내는 하객들, 아버지 손을 잡고 들어오는 신부의 활짝 웃는 모습 그리고 하객을 웃게 하다가 눈물샘도 자극하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하는 주례사를 대신한 부모님과 친구의 덕담까지. 여기에 의미심장한 가사가 담긴 친구의 축가를 들으며 저절로 몸이 박자를 맞추는 신랑과 신부의 뒷모습을 보는 재미와 친구들이 핸드폰을 켜고 촛불잔치를 펼치듯이 기념사진을 찍는 신기한 체험은 웨딩 파티가 주는 보너스. 딱딱한 의식이 아닌 함께 즐기는 결혼식을 치르다 보면 모두에게 결혼이 주는 기쁨과 행복이 전해져서 결혼의 시작이 무거운 짐이 아니라 가볍고 밝은 이벤트처럼 느끼지 않을까 싶다. 물론 결혼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책임이 따르는 중대한 일이지만 너무 많은 조건과 형식에 얽매이다 보면 결혼의 본질인 사랑에 충실할 수 없게 된다. 오롯이 사랑하는 이와의 인생을 꿈꾸는 젊은 세대들에게 결혼의 시작만큼이라도 파티를 즐기듯 시작한다면 결혼 생활의 하루하루가 꽃길은 아니더라도 꽃향기가 폴폴 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 향기는 생활 에너지가 되어 힘들 때는 위로로, 좋은 일이 있을 때는 격려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다고 결혼이 늘 행복한 웃음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리라. 서로에 대한 집착과 애착에서 벗어나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마음이 함께 할 때 결혼만이 줄 수 있는 비밀스런 행복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순간 프랑스 극작가인 몰리에르의 말이 떠올랐다. 소설에서는 결혼이 줄거리의 끝이지만 인생에서는 결혼이 줄거리의 시작이라는. 그 말에 힘입어 나는 과감하게 젊은 세대들에게 권하고 싶다, 결혼을 하라고,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가 아닌 서로를 선택한 두 사람이 만드는 새로운 세계가 궁금하기에, 그리고 사랑의 결실인 또 다른 생명에 대한 숭고한 사랑을 경험할 수 있기에. 나의 작은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곳곳에서 결혼 파티가 열리기를 바라본다, 청혼하기 딱 좋은 삼월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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