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새해에 이런 문자를 받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한 평의 의미가 자산 단위가 아닌 삶의 터전에서 빚어내는 하루라는 삶의 단위로 생각해 보라는 계시로 받아들이고 싶은 건 나만의 희망사항은 아닐 것이다. 특히 우리가 호모 파베르(Homo Faber)인 만큼 경작의 의미가 더욱 크기에. 우선 일 년 365평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보고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하고 싶은 일들을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적 경작지와 공동 경작지로 나눠졌다. 먼저 봄의 땅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 둔 일을 찾아서 싹을 틔워 보자. 배움의 싹도 좋고 봉사의 싹도 좋고 이해의 싹도 좋겠다.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목공이나 발레를 배우거나 코로나로 돌봄이 필요한 우리 단지 내 맞벌이 부부 아이들에게 동화책 읽어 주기처럼 공동체 함께 즐기기를 통해 이웃 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씨앗을 뿌려 보자. 반면에 쨍한 여름에는 오히려 정중동(靜中動)을 실천해 보자. 태양과 떠난 여행지에서 그 지역 특산물로 캠핑요리를 즐겨 보거나 숲 해설가인 친구를 초빙해 숲에 관심이 많은 지인들과 함께 숲에서 피톤치드를 마시며 숲과 나무, 야생화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더위는 가고 상쾌한 사색이 올 것이다. 봄과 여름의 시간을 반추하며 수확물을 바라보는 가을. 뜻을 같이 하는 지인들과 함께 태풍이나 장마로 상품성이 떨어진 과일들을 사서 잼이나 절임을 만든 뒤 노동의 산물을 나누거나 베란다에서 잘 기른 허브로 차를 마시며 수확의 의미를 곱씹어 보자. 마지막 겨울에는 일 년 동안 365평을 가꾸며 힘들 땐 다독이고 기쁠 땐 크게 웃으며 활기차게 보낸 ‘나’와 서로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어 준 누군가를 위해 소박하지만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보자. 배운 목공 실력을 발휘해서 아담한 스툴을 만들어 내게 선물하거나 그동안 돌봄에서 책 읽기로 만난 친구들과 직접 동화책을 만들어 각자 엄마, 아빠에게 선물하기도 해보리라. 이처럼 ‘열심히’보다는 ‘즐겁게’ 할 수 있는 계획으로 365평을 가득 채울 때 그동안 머리로만 이해했기에 보지 못했던 ‘나’와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마음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이것이 다름 아닌 공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요즘은 코로나에 더해 정치도 교육도 경제도 편 가르기에 급급하다 보니 우울함은 기본이고 그 위에 마음의 생채기가 많이 생긴 게 사실이다. 이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개인의 행복보다는 공동체에서의 보람과 즐거움을 통해 얻는 공감이리라. 때로는 나만의 개성으로, 때로는 공동체의 의지로 가꾼 365평에서 공감을 배웠기에 올 한 해는 인생이라는 앨범에 소중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더욱이 정직한 하루, 건강한 하루가 모여서 이룬 것이기에. 새해는 어떤 사진들로 인생 앨범을 채울지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건 아직도 생활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는 반증이 아닐까? 이렇듯 하루를 한 평 삼아 경작한다는 것은 육체와 정신이 함께 움직이면서 만들어 내는 노동 에너지로 하루를 채워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365평에 대한 경작 일지를 써 보자, 지금 당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