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의 밑바닥에 대해, 줄어든 말과 낮아진 목소리에 대해 생각하다가 김해 사는 말수 적은 시인의 책을 읽는다 그의 풍경은 따뜻하거나 낯설어서 잠시 그의 느릿한 말투를 입어 본다 추워 본 사람들은 아는 풍경들이 있다 4.7도의 알콜을 함유한 느릿한 풍경들이 있다 손톱의 표정을 흉내 내며 고개를 깊이 숙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티크나무 식탁에 엎드려 느릿느릿 만나러 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 술자리에 앉은 시간 보다 바깥에 나와 서성이는 시간이 더 긴 사람들이 있다 섞여드는 쪽 보다 먼저 증발하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4.7 퍼센트 정도의 사람들, 치킨을 뒤적거리는 대신 살덩어리를 바라보며 뽑혀 나간 흰 깃털들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먹고 남은 가느다란 뼈를 눈대중으로 하나 하나 맞춰보는 사람이 있다 시카고에서는 선술집에서 눈을 마주치면 함께 잔을 들어야 한다 빈 잔 같은 사람이 잔을 비우려고 하는 사람만큼 있다 그러므로 합석을 원하는 사람들 보다 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귀가 후에 하지 못한 말을 떠올리며 후회하는 사람도 있다 매끈하고 둥근 자몽의 향으로 기억되는 것이 소망인 사람들이 가끔 있다 컴컴한 바의 한쪽 끝 푸르거나 붉은 네온 아래 앉아 취향이 아닌 다른 것으로 평가받고 싶은. 물론 시카고는 가 보지 않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거위는 결코 물 밖에서 사랑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