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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창준 Mar 23. 2023

마시멜로 테스트에 대한 항변

산타는 오지 않았다, 

창문에는 스케치북을 찢어 쓴 

선물의 목록이 나달거리고 

머리맡에는 신던 양말이 

늘어진 채 올려져 있었다. 

우리집이 불교를 믿어서 

산타는 오지 않는다고 

어머니는 표정 없이 말했다. 

동네에는 며칠 전부터 

산타가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아무도 산타가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창이 유달리 덜컹거렸다. 

받고 싶은 선물 목록을 써 둔 

종이가 떨어질까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한 번도 대단한 선물을 

바란 적은 없었다. 

산타는 깨끗한 동네만 골라 방문한다고 

뉴스는 안내해 주어야 했다. 

우리 동네 아이들이 모두 그렇듯 

나는 너무 많이 울고 

너무 많이 울렸다. 

어린 동생이라도 받으면 좋을텐데. 

어떤 스크루지 같은 놈이 만들었을까, 

이런 노래와 풍습을.     

어머니도 우리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말수가 없어졌다. 

중동에 있는 아버지에게서는 

크리스마스 카드가 너무 늦게 배달되었다. 

희미한 향료 냄새가 났다. 

별 사연 없이 아름답기만 한 

입체카드는 은하철도가 달리는 밤처럼 

아득해서 종일 카드를 이리저리 흔들어 

그림을 바꾸다 보면 어지러웠다.      

어머니는, 아버지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 보았을까.      

캐롤이 씻은 듯이 사라진 아침이 오면 

적막을 뒤로 하고 마당에 나가 

살얼음을 모조리 밟아 부수곤 했다. 

투명하던 얼음의 몸에 검은 때가 묻었고 

부쩍 자라 짧아진 내복 위로 드러난 

복숭아뼈가 계단 아래 

화장실의 알전구 보다 붉었다.



 # 1960년대 월터미셸 박사가 진행한 '마시멜로 테스트'는 아이들에게 눈앞의 마시멜로를 15분 동안 먹지 않고 참으면 15분이 지난 후 1개의 마시멜로를 더 주겠다고 제안하는 내용의 실험이었으며 50년의 종단 연구 결과 인내심을 가진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자신의 삶을 잘 관리하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었으며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삶을 살고 있었다는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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