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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창준 Mar 23. 2023

지심도

나는 4월에게서 울음을 배웠다. 

엎드린 동백에게 울음을 배워서 

먼 섬을 닮아 쉽게 저물었다.     

가족 보다는 가족 같은 사람이 필요했다. 

단단하고 푸르게 묶어 줄,

소리가 되지 못한 말들은 

죄다 울음이 되어 떨어졌기에     

밤은 허락 없이

지나온 사람들을 데리고 온다. 

망각은 꽃 속처럼 깊고 아득해서 멍든다.      

꽃대궁처럼 푸릇푸릇하게 쥐어 줄 수 있는 사람,      

그러나 부끄러웠던 젊은 날이여, 

뚝뚝, 

초점거리 밖으로 밀려난 친구들이여, 뚝뚝, 

등을 두드려주고 오래 눈을 바라보던 시간들이여, 뚝뚝, 

한 우산 아래 앉아 젖어가던 새벽의 우리여, 뚝뚝. 

청춘이란 하루하루가 접착된 서적 같은 것이어서 

한 장씩 찢겨지는 대신 한 권의 시절이 투신한다. 뚝뚝, 

우는 사람에 대한 세상의 인내는 길지 않고

오직 제 몸에 깃든 울음만이 오래간다.      

세상과 달리 너는, 

아팠다는 말도 허락해 주었다. 아프다는 말이 아닌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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