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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창준 Oct 30. 2024

각설탕



손쉽게 용해되었다

다시 만나도, 우리는

우리가 하나되는 길,

누군가 만든 반듯한 윤곽을 먼저 지우는 것 

    

서로의 면과 면이 닿을 때 마다

허공에서 부스러지던 부질없던 마음들,

조악한 결속과 유대감들, 

용납을 배우지 못한 백색의 시절들


피부병에 걸려 뚝뚝 떨어져나가던 청춘들     

스스로를 결박하던 시간이 옳았던 걸까

치통처럼 뿌리부터 부식되던 판단들

티스푼 같은 얼굴로 무표정하게 흩어놓던 간격들

부디 모서리부터 평화롭게 부서지기를

혀 끝에 닿기 전 투명하게 녹아내기를     


이제는

용서라는 말 대신 화해라고 부르기로 하자

지나치는 대신 부둥켜안는 방식을 선택한 우리

평등하게 용해되는 과정을 선택한 우리

구별짓지 말자, 더 뜨겁게, 더 뜨겁게     


신이 조금 더 우리를 리드미컬하게 저어 주기를

작고 단단한, 흰 죄들까지 모조리 용해시켜 주기를

나를 봐, 투명해져 더 이상 목격되지 않는 나를     

샴이라는 말 이전의 샴이 되려면

우리라는 말부터 우선 용해되어야지, 서두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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