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원래 혼자 하는 것이다

by 조카사랑

모든 일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실수로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연이라든가 어쩔 수 없는 일들은 거의 없고 아주 정교한 필연들만 촘촘하게 도미노처럼 서 있을 뿐이란다.

나는 무엇이 도미노를 쓰러뜨린 건지 원인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머릿속에서만 전개하기는 어렵다. 사냥을 떠나야 한다.

-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이연, 미술문화, 2021) -p110 -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끊어질 듯 이어진 것이 영어 공부다. 내가 외국에 나갈 일이 있을까 싶을 때 해외여행이 자유화 되었고, 친구들이 어학연수를 떠나는 것을 보며 막연히 나도 외국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세계 어디서든 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나를 지배할 즈음, 사람과의 교감은 대화 속에 숨은 미묘한 어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영어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이 점점 굳어졌다.


하지만 어떻게? '청각형 학습자'인 귀로 들어야 집중이 되었고, 의지가 부족하여 나를 이끌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렇다보니 영어 공부를 하는 날보다 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고 환경 탓을 하게 되었다.


세상이 너무나 바뀌었고 이젠 돈이 없어서, 외국에 가지 못해서, 하다못해 시간이 없어서 영어 공부를 못 한다는 것조차 핑계에도 못 미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면서 생각해 본다. 내가 이렇게까지 영어 공부에 매달리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퇴직이 10년도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 영어 점수로 취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친구들과의 해외 여행에서 내가 멋지게 대화를 주도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냥 재미있게 살고 싶다. 그러려면 혼자서도 잘 놀 줄 알아야 했다. 짝지를 찾고자 하면 못하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친구들의 자녀들이 다 크길 기다려야 했고, 내가 여행 갈 때 친구도 회사를 쉴 수 있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다음으로 미루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내가 해야겠구나. 다시 영어 책을 펼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혼자서라도 영어가 주는 새로운 세상을 만끽하며, 넓은 세상에서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최소한 영어라도 해야 외국 나갈 때 데리고 간다는 조카의 엄포가 조금 자극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외국에서 사는 게 옆 동네 이사가는 것처럼 쉬운 일인 양 말하는 조카들을 보며, 최소한 영어는 해야 1년에 한 번 조카들 얼굴이라도 보겠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하나둘 쌓여간 나만의 이유들이, 영어 공부를 더는 선택이 아닌 ‘필연’으로 만들었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다고는 하지만, 결국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다. 내가 아픈 것을 누가 대신 해줄 수 없고,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고 하지만 결국 내 입에 먹을 것이 들어가야 살아갈 수 있는 법이다. 도움은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온전히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다짐했다. 이 나이에, 누구의 눈치를 볼 이유도 없지 않은가. 늦게 다시 시작하는 영어 공부,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남의 기준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내가 원할 때 공부를 하기로 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부가 아니다. 누군가의 해석 없이 나만의 해석으로 누군가와 작품에 대해 얘기할 날을 기대해 본다.


※ 이상으로 10개의 글로 구성된 [50대, 영어원서 도전기] 시리즈1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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