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죽음이 꾸는 꿈이다—limbus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꾼 적 있어?
왜 꿈을 꾸는 동안에는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을 잘 못하잖아. 아니 사실 '현재'가 '현실'이라고 착각하는 거겠지. 그러니까 '절대 실재'한다고 믿었던 순간이, 이내 흩어질 꿈의 단면과 궤를 같이 한다는 걸 깨닫는 것은, 언제나 꿈을 깨기 직전일 거야. '깨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할 때는 이미 끝이 다가왔을지도...
1. 깨기 직전까지는 자각하지 못한다.
2. 나의 의지로 깨는 것이 아니다.
3. 그러므로 언제 깨어날지 알 수 없다.
꿈과 삶의 공통점.
2024.08.08 생각노트 발췌
건강검진에서 처음 발견된 결절은 이미 1.4cm였고, 그마저도 열 달이나 방치했다. 젊은 나이라 암세포의 증식 속도도 매우 빠를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전이 여부가 아주 중요했다. 전이 가능성이 가장 큰 건 골반 부근이었다. 여성 방광암은 주로 골반 내 림프절로 전이된다고 했고, 골반뼈에 전이되면 통증이 온다는데, 이미 몇 달 전부터 나는 그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체중 감소도 심했다. 딱히 다이어트를 한 게 아닌데 지금보다 키가 2~3cm는 더 작았던 중학교 3학년 때의 몸무게로 돌아갔다. 그땐 그저 별 다른 노력 없이 살이 빠졌다며 기뻐했다.
전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CT와 MRI 검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이모—대학병원 간호사였던 그는 나의 모든 치료 과정을 함께했다—가 입을 열었다.
"너 전이됐으면 골반뼈를 다 들어내야 할 수도 있는데, 어쩌자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그걸 놔뒀니. 전이된 거면 어떡할래?"
나는 줄곧 동요 없는 눈동자로 대답했다.
"글쎄, 어쩔 수 없지?"
잠시 정적이 흘렀다.
"너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
아마도 지나치게 차분한 내 반응이 의아했던 모양이다. 나는 달리는 창 밖으로 시선만 옮긴 채 대답했다.
"응, 그렇지는 않은가 봐."
이모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하긴. 죽으면 다 끝인데. 죽음이 뭐가 두렵겠니. 고통이 두려운 거지."
그 말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리적 통증. 그것만은 목에 걸린 가시로, 내내 나를 찔러댔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