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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 Apr 27. 2024

9. Lily

인샬라 블루

목차

Prologue : Morocco

1. Real   2. Three Options   3. EMS   4. Morocco

5. Blue   6. Cold Fish   7. Burning Mountain

8. Breaks off Iceberg   9. Lily

… Epilogue : Inshallah Blue



   5번째 살라트 Sholat. 일몰의 기도.


    Maghreb 마그레브의 시간이 다가오자 그녀는 미지근한 물로 몸을 정결하게 했다. 신이 주신 자그마한 육체는 하얀 천으로 둘렀다.


    그녀는 보드라운 양탄자를 거실에 깔고 사우디의 메카 Qibla 키블라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절대자 앞에 엎드린 그녀의 희미한 목소리에서는 코란의 개경장 파티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로코의 이글거리던 한낮의 태양이 고개를 떨구며 저녁 인사를 건네는 시간. 하얀 빛 머금은 달이 수줍게 미소 지으며 깨어났다. 잔잔한 달빛 아래 모로코 온 땅에 기도의 음성들이 소곤히 흐르고 있었다.


    4월의 아프리카 태양에 달구어진 탕헤르의 흙 위로는 선선한 밤의 안식이 부유하고 있었다. 낮이면 파란 하늘과 하얀 해변 주변으로 화려한 호텔들이 숲을 이루고 있던 탕헤르 도심지는 밤이 되자 주홍빛으로 빛났다.


     거리는 텅 비었다. 유일하신 알라의 뜻을 따라 술과 유흥과 쾌락을 멀리하는 순수한 영혼들은 평온히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소박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얀 달 빛 아래 잠든 탕헤르 도심으로부터 10km 즈음 떨어진 외각으로는 탁 트인 밤 하늘에 별 빛이 가득한 평야가 펼쳐졌다. 낮은 풀과 나무로 가득한 넓고 여유로운 풍경들은 듬성듬성 위치한 작은 집들의 모습들로 더 소박해 보였다.


    그러한 집들 사이로 바람이 불면 창문이 사르르 흔들리던 그녀의 아담한 집이 있었다.


    그녀는 엎드려 파티마를 나직이 읍조리며 지고하신 창조주에게 영혼을 쏟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영혼은 파랗게 빛나는 빙산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마그레브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녀의 입은 읍조린 말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있었다.


    뜻이 아니신가요.

    길이 아닌건가요.

    나로 두려움을 알게 하시며.

    어두운 골짜기를 지나게 하소서.


    두려움과 혼란으로 어지러운 영혼은 양탄자 위에 엎드린 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르르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두운 숲 속에
홀로 서 있던 그녀는
차가운 추위를 느꼈다.

그녀는 사방을 향해 비명을 지르듯 누군가를 불러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반딧불 하나 없는 숲은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 캄캄한 흑암이었다.

그녀는 발 밑을 살피며 걸어보았지만 이내 부러진 가지에 하얀 종아리를 찢기고 말았다. 섬칫한 기분이 그녀를 떨게했다.

   그녀가 조심스레 손을 가져가 뜨거운 피가 주르륵 흐르는 상처를 만지며 따금함을 느끼는 순간.

저 멀리서

한 목소리가 어머니의 자장가처럼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믿기 힘든 달콤한 음성이었다.

그녀는 칠흑같은 그곳에 홀로 있었기에 유일하게 들려오는 그 음성을 향해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음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의심했고 동시에 희망했다.

그 유혹의 음성은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선율이었고, 때론 굵고 거칠고 급한 목소리로 뒤바뀌기도 했기에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곤 했으나, 이내 다시 부드러운 선율이 들려오기 시작하면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더 내디뎠다.

사실 그녀는 그 음성을 믿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인내했고, 그렇게 수 많은 의심을 뚫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 음성이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어 갔다.


    잠에서 깬 그녀는 양탄자 위에서 엎드려 잠들어 있는 자신의 곁에 놓인 폰이 울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의 메세지였다.


    불안하고 약하고 자신을 어린아이 같이 사랑하는, 흔들리는 사내의 메세지.


    그녀는 눈물 기운이 남은 얼굴을 작고 가느다란 손으로 훔치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차분히 그에게 메세지를 적어 보냈다.


    Good moring for you


https://www.youtube.com/watch?v=7_N7t1f8Zq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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