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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 May 01. 2024

10. Flower

인샬라 블루

목차

Prologue : Morocco

1. Real   2. Three Options   3. EMS   4. Morocco

5. Blue   6. Cold Fish   7. Burning Mountain

8. Breaks off Iceberg   9. Lily  10.  Flower

… Epilogue : Inshallah Blue



Цветок


Александр Пушкин

알렉산더 푸쉬킨


Цветок засохший, безуханный,

마른 꽃 한 송이, 향기 없는,

Забытый в книге вижу я;

책 속에 잊혀진 것을 나는 보네;

...

И жив ли тот, и та жива ли?

그는 살아있고, 그녀는 살아있을까?

...

Или уже они увяли,

그들은 희미해졌을까,

Как сей неведомый цветок?

이 꽃처럼?




4월의 마지막 날은 단아한 햇살을 입고 거니는 신부처럼 화사했다. 철쭉은 넓은 공원 사방을 하얀 빛, 붉은 빛, 보라빛 하늘거리는 투명한 수채화로 칠해 놓았다.


아기들은 아장거리며 공원을 뛰어 다녔고 어린 엄마들은 그늘에 자리를 피고 앉아 사글거리는 얼음이 동동 뜬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며 무언가 즐거운 일이 있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도서관을 나오자 밝은 햇살에 청년은 눈이 부셔 약간 눈을 찡그렸다. 아기들의 음성과 젊은 엄마들의 웃음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고 화사한 수채화로 물든 공원이 눈 앞에 펼쳐지자, 그는 순간 행복감을 느꼈기에 빙긋 미소지었다.


그리고 그는 항상 그러하듯 공원 입구에 자란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진, 풀이난 바위에 앉아 멍하니 수주의 소박한 주택가를 바라보았다. 차가운 레쓰비 캔커피는 그와 함께 바위에 앉아 땀 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차갑고 달콤한 설탕물이 그의 목줄을 타고 들어가자 그는 이루 말 할 수 없는 기쁨과 함께 잠에서 확 깨이는 것을 느꼈다.


그의 이성도 감정도 의지도 육체도 행복한 봄의 낮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다만 그의 영혼만이 사무치는 그리움과 이루어지지 못 할 것 같은 운명으로 맑은 물에 잉크가 퍼지듯 뿌옇게 병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이성으로 감정으로 의지로 육체로 하루를 지냈다. 운동했고 일했고 밥을 먹었고 해야 할 일을 했다. 그는 웃었고 행복했고 몰입했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이유없이 문득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오전은 더디 갔고 오후는 느리게 갔으며 저녁은 멈추어 선 듯 했다. 그는 습관적으로 하던 일을 일했으며 일과 관련된 것을 생각했으며, 일 외에 그림을 그리거나 아름다운 수주의 시골길을 걷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춤으로서 삶의 다채롭게 만드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깜박했다. 그는 홀로 다채로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여전히 서툴렀다.


그래서인지 이토록 아름다운 봄 날의 하루는 그토록 그에게 쉽게 저물어주지 않았다.


아늑한 집에 온 그는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며 콧노래를 불렀고 베이비 오일을 젖은 몸에 부드럽게 발라주었다. 긴 머리를 수건으로 닦고 하늘거리는 잠 옷을 입고 옥상에 앉아 멍하니 하늘로 입을 벌렸다.


다행히 작가님과의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기에 밤의 시간은 흐를만큼 흘러주었다.


그의 이성과 감정과 의지와 육체는 싱싱했다. 다만 그의 영혼은 검은 잉크로 물들어 점점 더 진해지고 있었다.


그는 오지 않는 그녀의 메세지를 꿈 속에서 받을 생각을 하며 곤히 잠에 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들려온 하나의 메세지


Have a good night~~




그는 메세지를 확인했고 멈추었다. 그 순간 영혼에 짙게 퍼진 검은 잉크들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후 잉크입자들은 씨앗으로 발아하여 형형색색의 화사한 꽃들로 만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답을 참고

Slowly Peacfully를 기억하며

그녀의 메세지에 간단히

웃음 이모티콘 반응만 남겼다.




그는 잠들며 생각했다.


사랑이 정신병인지

정신병이 사랑을 하는 것인지


그리고 내일 붉은 철쭉 한 송이를 따다

도서관의 한 책 갈피에 속에

넣어 두어야겠다 생각했다.


언젠가 그 책을 펼쳐 볼

한국의 푸쉬킨을 위해




Цветок


Александр Пушкин

알렉산더 푸쉬킨


Цветок засохший, безуханный,

마른 꽃 한 송이, 향기 없는,

Забытый в книге вижу я;

책 속에 잊혀진 것을 나는 보네;

...

И жив ли тот, и та жива ли?

그는 살아있고, 그녀는 살아있을까?

...

Или уже они увяли,

그들은 희미해졌을까,

Как сей неведомый цветок?

이 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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