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가 Feb 01. 2024

모로코 1



Distance can not be reason

거리는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지성이 세미아에게-






많은 여인들이 작가들에게 속아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작가들이란 어디서도 듣지 못할 말을 뻔뻔스레 지어내는 것을 업으로 삼고있는 귀여운 인간들이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부천 고강동 수주초등학교 앞
50-1번 버스, 김포공항, 공항철도, 인천공항




현실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있을리가 없어.

- 지성이 세미아에게 -





내가 여인들을 속인 일에 대해서는 넘어가기로 하자.

사랑이란 원래 속고 속이는 법이니.

-카사노바, 인류 절반의 스승-



상해 푸동 공항 6시간 대기, 누워있는 사람들, 글 쓰는 출판인


저 너머로 아랍 아기를 안고 있는 젊은 아랍 여인과 그녀의 남편인 듯한 남자가 보입니다. 아기와 아내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하는 남자의 눈빛에는 긴장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상하이 푸동공항 비행기를 기다리는 아랍계 가족




함께 6시간을 기다린 사람들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낯섬으로부터 약간의 우정으로까지 감정의 변화가 생기기도 합니다.



10시간의 비행, 잠들기 위해 애쓰는 각양각색의 사람들



10,000m 고도, 영하 50도

구름 위 고요한 세계는


보들레르가 시인을 빗댄

알바트로스의 세계


지상에선 거추장스런 거대한 날개가

천사의 날개로 변화하는 세계입니다.



영국, 아무런 검사 없이 프리패스 되는 국가들 중 하나인 한국



중국이라는 밖으로 나갈 수도

인터넷에 연결될 수도 없는

닫힌 세계를 떠나


영국이라는 세계로 오니


아무런 검사 없이 통과되는

나의 고국의 묵직한 존재감과


마음껏 밖으로 나갈 수 있고

인터넷에 연결 될 수 있다는

자유의 소중함을 만끽하게 됩니다.



영국 런던, 공항 밖으로 나와 거닐다, 북부터미널에서 서부터미널로 향하는 트레일러 탑승



점원 없이 물건을 계산하는 편의점과

완전한 개인의 공간으로 만들어진 화장실은

영국 런던의 자유가 현재 도달한 지점입니다.





중국의

닫혀있음과 통제는

두려움과 약함을 의미하지만


영국의

열려있음과 신뢰는

자유를 감당할 수 있는 내공과

강함을 의미하는지도 모릅니다.



영국 런던, 환승하기 전, 공항 밖으로 나와 즐기는 자유로운 시간들



중국에서의 무취와 무미건조함은

영국에서의 향기와 살아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과 대조되어

저의 마음을 아프게합니다.



런던에서 모로코 탕헤르 비행기 탑승출구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시간



낯선 곳에서 먹어보는 바삭한 샌드위치의 환상적인 맛은, 사진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부럽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그녀에게로 점점 더 가까이 갈수록

그녀를 닮은 여인들이 점점 더 많아집니다.



알라딘에 보았던

만화처럼 큰 눈을 한 여인들이

희잡을 쓰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부터

모로코 탕헤르까지

거의 홀로 동양인이었던 사내는


아랍 아기들이 우는 소리를 들을 때면

마음이 이상해집니다.





단정하고 깔끔하고 광고가 없는

아라비아 에어라인은


아직 이 세계 어딘가에서

어떤 순수함이 지켜지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영어, 프랑스어, 베르베르어, 아랍어



영어, 프랑스어, 베르베르어, 아랍어

4가지 언어가 함께 있다는 것은

북아프리카에서 수 백년에 걸친

유럽의 칼에 피의 강물이 흘렀음을 의미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알제리의 문호

아시아 제바르가 쓴 <프랑스어의 실종>이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들레르가 한 일이 하나 있다면

구름 위 창공을 나는 알바트로스에

시인을 비유한 일일 것입니다.



가청주파수를 넘으면

완전한 고요가 찾아오듯



어느 고도를 너머 더 높이 올라가면

구름의 세계가남극 대륙으로 변하듯



시는 시의 극한의 지점에서

지상이 들어 본 일 없는

영원한 것을 노래하려 합니다.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스페인에서 탕헤르로


지도로 보면 가까워 보이지만




비행기로 날아가도

한 참입니다.





차가운 마음이

점점 뜨거운 마음이

된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넘어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해안선을 너머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디는 순간


우리는 유머, 웃음, 순수함, 동양인을 향한 애정

한국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홀로 동양인에

머리까지 쫑긋 묶은

열심히 이것저것 사진찍는 사내는

누가 보아도 귀여운 관광객입니다.





여권을 심사하는

모로코 젊은 두 사내는

웃음, 호기심, 유머를 던지며

한국에서 온 귀여운 사내를

환영해줍니다.






탁 트인 푸른 하늘과

화창한 태양과 야자수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느리고 태평할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영어를 못하는 택시 기사님과

아랍어를 못하는 청년은

엄청나게 수다를 떨며

웃음 꽃을 피웁니다.





어쩌면 우리는 언어, 인종, 국가가 다른 것 보다

더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별, 하늘, 아기, 엄마, 웃음, 밝음, 친절 그리고 어린왕자를 좋아합니다.





드 넓고 탁 트인

여유로운 지평선

여유로운 공간들

낮은 건물들은


개발되지 못함과 순수함의 밀접한 관계를

설명해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루에 15만원짜리

5성급 호텔에서 3박을 하게 된 사내는



자신의 아버지가 여전히 없는 중에도 아들을 극진히

사랑하며 귀중히 여기는 지원이 있음을 기억하게 됩니다.



물론 거기에는

며느리가 될 여인에 대한

시아버지의 고도의 전술이

깔려있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모로코에서 살겠다고 말한 사내에게

여인이 코웃음을 치며 했던 말은

사실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로코 더위를 견딜 수 있으시다고요? ㅎㅎㅎ"





씻고 나온 뒤

산발이 되는 것은

개나 인간이나 동일합니다.





아름다운 그림은

어디에서나 공간을 꾸며줍니다.





언제나 그렇듯

잠시 후면 사진 찍기용 배치를 정리하고

안으로 들어가서 글을 쓰기 마련입니다.





<안전한다는 감정을 주는 사람이 되자> 와 같은 진지한 글은, 고요한 가운데 실내에 들어가 침묵 속에 적어야 합니다.





첫 날은 그녀와의 만남을 거절하고

호텔 근처의 작은 슈퍼, 큰 쇼핑몰을 둘러보고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거의 꿈꾸는 듯한

과도한 낭비의 3일간

한 여름 밤의 꿈과 같은 시간.


사랑, 연애, 결혼이란

일생일대의 축제에는

없는 살림살이도

아끼는 법이 없는 모양입니다.





2024.01.30 부터 2024.01.31 까지의 여행일지를 이렇게 다 쓰고 보니, 늦은 밤이 되었습니다.


두 번 하라면 못할 것 같은 길고 긴 여행 일지였습니다.




안은 고요하고

밖은 활기찹니다


밤 하늘의 별을 보며

하루를 마감 할 수 있는 곳


여기는 모로코였습니다.




이전 03화 설마 날 범인으로 몰아서 2 - 모로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