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도 Mar 06. 2024

주제 : 내가 경험한 문화 충격

미션 : 접미사 '~적'을 제거해 보세요.



북스타그램을 하며 읽은 책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약 2년 전에 시작한 인스타그램. 그전에 읽은 책은 차치하고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약 700편 정도의 서평과 감상문을 썼다.


나만의 루틴이라고 표현하기에도 부끄럽지만,

나는 완독 후 서평이나 감상문을 작성하지 않은 책은 다른 사람들의 후기나 서평을 읽지 않는다.

내가 서평을 쓰다 남이 쓴 문장이 떠올라 의도치 않게 힘든 시간을 보낸 후부터 시작된 루틴이다.

지금은 어떤 문장이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지만 그 책을 서평 하느라 너무 고생한 기억이 있다.

인상 깊었던 서평의 한 문장이 자꾸 떠올라 다른 문장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다. 내가 서평이나 감상문을 다 후에 인친들이 남긴 후기를 보기 시작한 게.



그날도 밤새 책을 읽고 서평을 남겼다. 새벽 늦은 시간이었지만, 다른 분들은 어떤 게 좋았는지, 어떤 감상을 남기셨는지 궁금했다.

책 제목을 검색하고 하나하나 들어가 읽어본 서평.

'이런 생각을 하셨다니.'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를 발견하셨구나.'

하며 읽던 그때, 발견한 익숙한 한 문장.


'아, 이전에 어디서 본 문장이네.'

'어?? 나랑 똑같은 부분을 발췌하셨네.'

'어?? 이거 내가 쓴 줄거린데?'


그랬다.

내가 쓴 서평을 글자 하나 바꾸지 않고 위아래로 문장 짜집기만 해서 자신의 이름으로 서평을 올린 인친을 발견한 것이다.

서평 기한을 맞추기 위해 무리해서 읽고 쓴 후라 몹시 졸렸던 시간이었는데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화르륵 불꽃이 붙어버려 잠도 오지 않았다.


글을 쓰다 보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자신이 쓴 글은 어렴풋이 기억하게 된다.

뉘앙스나 표현이라도.

하물며 하루도 지나지 않은 몇 시간 지난 따끈따끈한 글이었다. 잊을 수도 없고 잘못 기억할 수도 없는 글이었다.




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인기 있는 인친이어서,

더욱 괘씸했다.

내가 올린 피드를 작성한 시간이 보이게 캡처했다.

내 서평을 그대로 복사한 인친 피드를 작성한 시간이 보이게 캡처했다.

그 후, 댓글을 달았다.

"어머나, 저랑 느낀 점도 똑같고 발췌한 부분도 똑같아서 놀랍네요."라고.

어디가 똑같냐고 곧바로 댓글이 달리자마자 캡처했다.


캡처한 후 대댓글에 불꽃 이모티콘을 남겼는데 이미 삭제된 댓글이라 대댓글을 달 수 없었다.


그래서 캡처한 사진을 그대로 관련 출판사 디엠으로 신고했고 출판사에서도 줄거리, 느낀 점, 발췌 내용까지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내 서평을 복사해서 올린 인친은 출판사로부터 어떤 경고 조치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 날 내용이 수정되어 있었다.

물론 틀은 그대로지만 자신만의 표현으로 약간씩 수정한 게 다였다.


그 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인친을 다신 보고 싶지 않아 바로 차단했다.

지금 서평단 모집도 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 그 사람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고 별 희한한 경험을 다 한다며 혀를 찼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플랫폼.

그 속에서도 분명 지켜야 할 도리는 있을 터.

북스타그램만의 문화라 표현할만한 것은 서평단 모집에 지원할 때 꼭 해야 할 것들, 서평 후기를 남길 때 꼭 지켜야 할 것들, 인친들과의 교류에서 지켜야 할 예의 정도이지 않을까.

말하지 않아도 북스타그래머 간의 약속이었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이루어진 북스타그램만의 문화가 형성된 거다.

서평 복붙(복사해서 붙여 넣기) 사건은 나에게

신선한 문화 충격이 아니라, 불꽃 틔는 분노의 문화 충격이었다.




이제껏 벙어리 냉가슴했던 사건이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어휴. 속 시원하다.

이전 09화 주제 : 나의 습관과 그의 영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